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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의 경쟁자가 나와야 한다

입력
2021.08.3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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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박희준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플랫폼 기반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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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지갑을 집에 두고 나가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 식사 대금 결제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그리고 현금과 수표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식사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던 끝에 신용카드를 고안해 낸다. 이것이 세계 최초 플랫폼 사업자, 다이너스클럽이 1949년에 미국 뉴욕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지금은, 거래 수수료를 가맹점이 지불하는 구조이지만 초기 신용카드 시장에서는 사용자들이 6%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신용 거래에 익숙하지 않았던 식당 업주들은 플랫폼 참여를 꺼렸지만, 현금과 수표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신용카드의 편리함은 사용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식당 업주들은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가맹점이 되면 신용카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광고효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매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신용카드 시장은 뉴욕을 중심으로 1950년대에 급성장했으며, 거래 수수료도 가맹점이 지불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다이너스클럽은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양면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래 수수료의 지불 주체를 조정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자와 가맹점 간의 균형적인 수적 증가를 꾀했다.

급성장하던 신용카드 시장에서 다이너스클럽의 독점과 함께 나타난 폐해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터 등의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수그러든다. 사업자 간의 경쟁 구도로 인해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낮추고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맹점과 사용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의 삶은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움직인다. 카카오, 네이버, 쿠팡,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금융 거래나 방역 관리를 위한 인증 절차까지도 정부를 대신해서 운영하고 있다. 언젠가는 현재 공공 영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까지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받으면서, 어느 국가의 시민이 아닌 어느 플랫폼의 참여자로서 한 개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생활밀착형 플랫폼은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가며 하나의 접점을 통해 삶에 다양한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화두가 되고 있다. 부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규제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은 무시되고 있다. 정부 규제가 플랫폼 사업이 수월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사용자가 누리고자 하는 편의성을 제한해서는 곤란하다.

플랫폼 사업이 수월한 환경을 조성해서, 기존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자가 출현해 건강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시장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사용자와 공급자 그리고 운영자가 동등한 수준에서 교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규제와 지원을 해야 한다. 통상적인 약자의 입장만을 대변해서는 곤란하다. 플랫폼이란 공간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존재할 수 없다. 공급자도 사용자 그리고 운영자도 다른 집단에 비해 숫자가 불균형적으로 증가하면 부정적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집단 내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약자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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