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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살인범' 재범 가능성 높은데 왜 가출소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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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살인범' 재범 가능성 높은데 왜 가출소시켰나

입력
2021.08.31 04: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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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살해범 허술한 제도 3가지]
①재범 가능성 높은데 왜 가출소시켰나?
②수사 국면으로 왜 빠르게 전환 안 됐나?
③전자발찌로 강력범죄 예방 가능한가?
법무부 '뒷북 대책' 내놨지만 "역부족" 지적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진행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관련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진행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관련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차례 성범죄를 포함해 전과 14범인 강모(56)씨가 출소 이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잇따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력범죄 보호관찰 제도와 운영상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재범 가능성이 높아 보호감호 대상인 강씨를 보호관찰제도에 편입해 오래 관리하려면 출소를 시켜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나,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는데도 강력범죄를 염두에 둔 강제수사 전환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법무부가 강씨 자수 하루 만인 30일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대증요법식 처방보다는 제도의 근본적 미비점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범 위험 높은데 가출소?

이번 사건을 두고 보호감호 중이던 강씨를 가출소시킨 법무부 조치의 적절성이 당장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호감호 제도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감자를 복역 후 최대 7년간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1996년 첫 성범죄를 저질러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던 강씨는 보호감호가 끝나지 않은 시점인 2005년 두 번째 성범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형 복역을 마친 지난해 10월부터 남아 있는 보호감호 기간을 채우다가 7개월 만인 올해 5월 가출소됐다. 법무부는 "보호감호 기간이 얼마나 경과됐는지, 사회에 적응할 준비가 됐는지 등을 고려해 가출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강씨를 너무 빨리 사회에 내보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감호 기간이 만료된 뒤 사회에 나오면 보호관찰을 실시할 수 없다"면서 "그 전에 가출소해야만 3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감호가 이중처벌 논란 끝에 2005년 폐지돼 그 전에 처분을 받은 사람만 집행 대상인 터라, 법무부 내부에선 교도소 과밀 문제도 해소할 겸 보호감호 대상을 가급적 줄이려는 기류도 있다. 결국 이런 계산과 여건이 맞물리면서 강씨처럼 재범 위험이 높은 전과자도 사회에 나오는 결과가 빚어진 셈이다.


전자발찌 살인범 3가지 논란과 법무부 설명

전자발찌 살인범 3가지 논란과 법무부 설명


준수사항 위반에도 안이한 대응

강씨가 보호관찰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재범 위험을 감안한 적극적 수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강씨가 가출소 이후 심야시간대 외출금지 규정을 두 차례 어겼고, 두 번째 위반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 27일 새벽에 발생했다. "비상약을 사러 밖에 나왔다"는 강씨 말만 믿고 현장 출동을 중도 포기한 법무부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두 번째 살인을 열어준 빌미가 됐다.

이 때문에 강씨처럼 심각한 범죄 전력을 가진 대상이 보호관찰 규정을 위반했다면 바로 대면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6월 보호관찰 관련 준수사항 위반이 발생할 때 보호관찰관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서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감독 특사경' 제도가 시행됐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특사경들의 소극적 대응에서 보듯이 제도가 안착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신속한 현장점검은 요원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강씨 집을 5차례나 찾고도 내부 수색을 하지 않은 점은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당시 그 집엔 첫 번째 피해자 시신이 있었기 때문에 자택 수색이 이뤄졌다면 두 번째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강씨 주거지에 들어가지 못한 데는 법적·제도적 한계가 있었다"며 "(강씨 주거지를 수색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신속한 현장 수색을 위해선 수색영장 신청 및 발부가 뒷받침돼야 했지만 법무부가 수색영장을 신청한 시점은 전자발찌가 훼손된 지 16시간 가까이 지난 후였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의 주무 기관은 법무부였기 때문에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으려 적극 나서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전자발찌가 사실상 무용지물 아니냐는 논란도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전자발찌는 △절단 도구만 있으면 쉽게 끊을 수 있고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움직이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고 △전자발찌를 찬 상태라도 피해자를 자택 등으로 유인해 범죄를 저지르면 당국이 인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호수용제 등 전향적 대책 필요"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관련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관련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날 사건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전자발찌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 훼손하기 어렵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웅장 범죄예방정책국장은 "관련 업체나 예산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견고성을 높이고 기존 발찌도 교체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발찌 훼손 이후 신속한 검거를 위한 경찰과의 공조체계 강화 △내실 있는 지도감독 및 원활한 수사를 위한 인력 확충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법무부 대책이 재발 방지엔 역부족이라고 비판한다. 당장 꺼내 들 수 있는 대책들이 주를 이뤘을 뿐,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관련 제도 전반의 허점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만으로는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며 "강씨와 같은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의 경우 출소 이후 치료 등을 시행하며 일반 시민과 격리할 수 있는 보호수용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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