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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숨진 기업 ESG 평가 A등급... "근로 현실 반영 못하는 기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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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 숨진 기업 ESG 평가 A등급... "근로 현실 반영 못하는 기준 바꿔야"

입력
2021.08.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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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 기업에선 지난 4년간 산업재해 사망사고 16건이 발생했고, 21명이 숨졌다. 이 중 원청 근로자는 5명, 하청 근로자는 16명이다. 하청 근로자의 사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 기업은 '위험의 외주화' 대표 사례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A 기업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등급을 받았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ESG가 노동환경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가 제출한 일방적인 정보로만 ESG 등급을 평가하고 있어, 근로자의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ESG 평가에 노동권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이 31일 발간하는 'ESG는 환경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보고서는 현재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준에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으로부터 받은 일방적인 정보를 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등급을 매기고 있어 기업 내부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직원 수가 적은 기업의 경우에는 노사관계상 곤란한 일이 발생하는 빈도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다. 근로자가 적은 만큼 사측에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전달할 기회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런데 ESG 평가에서 이런 기업은 S(사회)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현행 ESG 평가 기준은 대부분 '기업은 공정한 성과 평가를 실시하며, 노사 간 건전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사측이 제출한 자료를 평가 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측을 거치지 않고는 근로자의 어려움이 평가 기관으로 전달될 방법도 사실상 없다.

보고서의 저자인 류승민 연구위원은 "사업장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위험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다르다"며 "지금의 평가 체계에선 소규모 기업이 실제 노동 환경과 관계 없이 사업장 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지만 않으면 S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ESG 평가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노동계는 아예 ESG 평가에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국내 ESG 등급 제도는 노동 개념을 담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라며 "특히 ESG의 S 평가는 보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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