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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군대간 것 같았다" 탈영병 잡는 'D.P.' 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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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군대간 것 같았다" 탈영병 잡는 'D.P.' 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21.09.01 04:30
수정
2021.09.01 11: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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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D.P.'

넷플릭스 드라마 'D.P.'.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 넷플릭스 제공

'가장 끔찍한 악몽이 군대 두 번 가는 꿈인데 드라마 보고 나니 군대를 다시 갔다 온 느낌이다.' '군대 내부 묘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안타깝고 속상했다.'

지난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에 쏟아지는 시청자 반응 중 일부다. '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의 활약상과 탈영한 군인들의 사연을 담은 6부작 드라마. 누적 조회수 1,000만 뷰를 기록한 웹툰 'D.P. 개의 날'(2015)이 원작이다.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라는 군대 이야기인데다 병영 내 폭력이라는 한국 군대의 고질적 병폐를 정면으로 다루는 묵직한 작품인데도 공개 사흘 만인 지난 30일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까지 올랐다. 특히 한국 사회 부조리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는 군대를 직간접 경험한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사실적 묘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의 수사극 드라마 버전이라 해도 좋을 'D.P.'는 의미 없는 소리처럼 들리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군대에 안 왔으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여기엔 통렬한 지적이 담겨 있다. 군 조직의 부조리가 탈영병을 만든다는 점이다. 작품은 탈영병들의 다양한 사연을 하나씩 들려주다 궁극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군대는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주인공은 가정폭력이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성장한 청년 안준호(정해인). 군에 입대해 헌병대에 배치된 그는 내무반에서 황장수 병장(신승호)에게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다 우연찮은 기회에 담당관 박범구 중사(김성균)의 눈에 띄어 DP병으로 차출된다. 원작의 프리퀄(전편보다 이전 이야기)을 그리는 듯 안준호는 상병에서 이병으로 바뀌었다. 25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정해인은 “앞으로 안준호가 일병이 되고 상병, 병장이 되기까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면서 후속 시즌 제작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대 내 폭력의 풍경은 끔찍하다. 못이 박힌 벽 앞에서 가슴을 밀치고, 하의를 탈의시킨 뒤 음모를 태우며, 고참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도록 강요한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씌운 뒤 그 안에 물을 붓기도 한다.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실제 DP병으로 근무하며 겪었던 경험담을 웹툰에 녹여냈다. 한준희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좀 더 건조하고 어두우며 르포 같은 원작의 깊이와 사회적 함의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많은 시청자가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극본은 김 작가와 한 감독이 함께 썼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두 주인공인 안준호 이병(정해인·왼쪽)과 한호열 상병(구교환). 탈영병을 체포하는 것이 임무인 DP병은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 채로 활동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두 주인공인 안준호 이병(정해인·왼쪽)과 한호열 상병(구교환). 탈영병을 체포하는 것이 임무인 DP병은 사복을 입고 머리를 기른 채로 활동한다. 넷플릭스 제공

회당 50분 분량, 총 300분가량의 러닝타임에 맞게 드라마는 경제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한다. 핵심 인물 구도를 최소화하면서 에피소드별로 서사를 완결하는 식이다. 전형적인 버디물 수사극인 척하는 이 작품은 수미상관을 이루는 비극 사이에 코미디,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스릴러를 넣어 단조로움을 피해간다. 4부까지는 매회 탈영병 1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5, 6부에선 조석봉 일병(조현철)을 둘러싸고 1부부터 조금씩 이어 붙인 플롯을 터트려 개별 서사를 아우르는 큰 이야기를 완결시킨다. 군 조직의 부조리가 방관하는 폭력은 '간디'라고 불릴 만큼 선한 사람마저 괴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뚝뚝한 안준호 이병과 능글맞은 한호열 상병(구교환)이라는 전형적인 버디물 구도, 이들을 이끄는 츤데레(겉으론 냉정하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 보스 박 중사 캐릭터는 친숙하면서도 식상하다. 탈영병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탓에 주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작품의 단점이지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시청자의 장르적 수용이나 스토리텔링의 경제성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연출과 주·조연은 물론 단역까지 빈틈없는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 특히 영화계 '대세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구교환의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극의 중심을 잡는 김성균의 호연이 감칠맛을 더한다. 뼛속까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대대장(현봉식)과 조직의 논리와 보편적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임지섭(손석구) 대위의 대립, 갈등에서 공감으로 변화하는 박 중사와 임 대위의 관계는 변화의 요구 속에서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철옹성처럼 버티는 한국 군대의 현실과 보텀업 방식의 변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의 배경은 2014년인데도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차라리 군대가 바뀔 거라고 하십시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군대를 보는 조 일병의 시각은 비관적이지만, 그는 안 이병과 한 상병의 낙관에 마지막 기대를 건다.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변화의 씨앗이 되길 바라며.

김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탈영병이 줄어들고 가혹행위의 방식이 바뀌었을지라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며 변화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늘 예민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희 감독 역시 "뉴스에서도 군대 (내 폭력) 이슈가 자주 보도되는데 우리가 보지 않았다고 해서 (군대 내 폭력이)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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