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 1호선 제물포역 남쪽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주택가 한복판에는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상적인' 폐허가 있다. 4,770㎡ 넓이의 땅을 2, 3층 높이 상아색 건물이 'ㅁ'자형으로 감싸고 있는 제물포시장이다.
지난 25일 찾은 제물포시장 건물은 곳곳이 무너져 내려져 있었고, 남아 있는 곳들도 위태위태했다. 칠이 벗겨지고 성한 창문을 찾기 힘든 외벽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철근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바닥에는 풀이 무성했고, 건물 안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그물과 합판 등으로 가로막혀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제물포시장 내부는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탓에 영화 '신세계' '써니' '아수라' 등 수많은 영화의 촬영장소로 활용됐다.
1972년 문을 연 제물포시장은 한때 점포가 120여 개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90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점포가 100여 개에 달했고 야장(夜場)까지 열릴 정도였다. 하지만 자가용 보급이 늘고 도심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빠르게 쇠락했다.
제물포시장 주민들은 1998년 재개발정비 사업조합을 설립하고 재기를 꿈꿨다. 2003년 15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사업시행 인가도 받았으나 공동시행사의 부도 및 일부 조합원들의 소송 제기 등으로 무산됐다. 현재 방앗간과 두부가게, 정육점 등 8개 점포가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한 건물에서 영업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재기를 꾀하고 있다.
문희진 제물포시장 재개발조합장은 29일 "11년 전 가게를 낼 때부터 제물포시장은 폐허였다"며 "주상복합 신축을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사업이 잘 추진돼 제물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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