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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너도나도 동네서점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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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너도나도 동네서점 살리기

입력
2021.08.27 04:30
수정
2022.02.07 23:20
11면
0 0

2011~2019년 전국의 동네서점 4곳 중 1곳 문닫아
책값돌려주기· 지역서점인증제 등 '서점 살리기' 분주
서점업계 "서점은 책만 파는 곳 아닌 복합문화공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효용가치에 더 주목해야"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한 뒤 4주 안에 울산도서관 및 9개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구매 전액을 지역화폐로 환불해 주는 '책값돌려주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한 뒤 4주 안에 울산도서관 및 9개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구매 전액을 지역화폐로 환불해 주는 '책값돌려주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산에 사는 정민주(45)씨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아이들과 동네서점을 먼저 찾는다. 그곳에서 구입한 책 상당수는 몇 주 내 다 읽은 뒤 공공도서관으로 가져간다. 깨끗하게 다 읽은 책을 도서관에 넘기면 자신이 동네서점에 지불한 책값을 그대로 다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얼마 남지 않은 동네서점들이지만, 남은 서점들은 계속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동네 서점도 살리고,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주민들에게 권하는 방법이기도 해 읽을 책이 생기면 동네 서점을 제일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서점과 도서관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과 더 친해지는 것은 덤이다.

울산시가 지난해부터 펼치고 있는 ‘책값 돌려주기’ 사업이 인기다. 동네서점에서 구매한 도서를 4주 안에 읽고 울산도서관 및 9개 공공도서관에 내면 구매액 전부를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로 환불해주는 사업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14세 이상 시민 누구나 월 2권씩 이용할 수 있는 이 사업에 지난달 말 기준 1,098명이 동참, 1,735권을 이용했다.

시 관계자는 “작년 7월 1,500만원의 예산으로 책값돌려주기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반응이 뜨거워 올해 관련 시스템을 갖추고 본격 운영했다”며 “주민 독서량을 늘리면서 동네 서점도 살리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올해 예산 3,000만원이 모두 소진됐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이 같은 사업을 펼치는 곳은 울산뿐만 아니다. 경기 광명시는 ‘희망도서바로대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도서관에 없는 책을 동네서점에서 빌리고 반납하는 제도다.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경기도 용인·부천시, 충북 청주·제천시, 음성·옥천군, 전북 남원군 등도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9년 이후 발행된 도서를 동네서점에 가져가면 해당 도서 정가의 50%를 도서교환권으로 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전북 전주시는 도서관 이용 실적에 따라 쌓인 포인트로 동네서점에서 책 구입비의 일부를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서점인증제 또는 지역서점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동네서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배경엔 독서량 확대, 동네서점 및 지역경제 활성화 외에도 이유가 또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문고’가 최근 폐점 소식을 알리자, 주민들이 “서점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공공의 장”이라며 서점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영국의 헤이온와이(Hay-on-Wye)마을은 서점의 이 같은 가치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인구 1,300여 명에 불과하지만 헌책방이 40여개에 이르고, 이 서점을 중심으로 매년 책 축제가 열려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지역 서점업계에선 서점이 지역주민의 소통 공간일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체험과 여유를 즐기는 곳이라는 점을 들어 서점이 지닌 경제·사회·문화적 효용가치를 인정 받아 더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울산의 한 서점업주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져 문구류 판매로 연명하고 있다”며 “서점이 서점다울 수 있는 더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9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서구입처 가운데 온라인 점유율은 2011년 17.8%에서 2019년 30%로 증가했고, 동네서점은 25.4%에서 9%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기준 지역서점은 2,577개에서 1,976개로 601개가 문을 닫았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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