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은 곧 철수 예정, 남은 1000명 선택이 관건
"일부는 떠나고 싶지 않아해"...탈레반 갈등 요소
아프가니스탄 철수작전에 참가한 미군 해병대 병사가 21일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한 아프간 아이를 안아 달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에 아직 남아 있는 미국인 1,500명을 철수시켜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달 31일 철군 시한을 지키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기한 내 남은 미국인을 무사히 철수시켜야 하는 게 미 행정부의 지상과제가 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이 1,5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가운데 500명은 지난 24시간 동안 접촉이 이뤄졌고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으로 안전하게 도착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며칠 내로 아프간을 떠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남은 1,000명이다. 블링컨 장관은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통신 채널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해 그들이 여전히 떠나기를 원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고 최신 정보와 지침을 얻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남은 1,000명 중 일부는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시작된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물론 미국 민주당에서도 철수작전 시한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 아프간지부 IS-K 테러 위협 등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31일 이전에 모두 철수가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 시민권자가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에 일부 잔류했다가 탈레반이 이들을 처벌하거나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철수작전을 돕기 위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 제24 해병원정부대(MEU) 소속 병사가 21일 경비를 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을 떠나기를 희망하는 미국인, 떠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아프간 협조자를 돕는 데 마감 시한은 없다”며 “이런 (철수) 노력은 8월 31일을 지나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25일 오전 3시 기준 24시간 동안 1만9,000명을 아프간에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접근한 14일 이후로 따지면 8만2,300명이 빠져 나왔다. 이날 오후까지 카불 공항에선 1만 명 이상이 출국 대기 중이라고 미 국방부는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미군 헬기를 동원해 시내 한 장소까지 날아가 미국 시민 20여 명을 구출해 오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철수작전 시한인 31일 이틀 전부터는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 5,500명과 장비도 철수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마지막이 가까워질수록 군 자산을 빼내는 쪽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그러나 마지막 날까지 철수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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