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인생 걸렸는데... " 2년 앞당긴 고교학점제에 중1∙2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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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인생 걸렸는데... " 2년 앞당긴 고교학점제에 중1∙2 '날벼락'

입력
2021.08.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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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교선 "출발부터 다른 차별" 반발

당초 2025년으로 예고됐던 고교학점제 시행 시점이 사실상 2년 당겨지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레 학점제 적용 대상이 된 중학교 1, 2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학점제 시행을 위한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지방 고등학교들도 일제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막무가내 발표, 거부감 들어... 사교육 더 기승부릴 것"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 계획'에 따르면, 현 중2가 고1이 되는 2023년부터 전국 일반계 고교에 학점제가 적용된다. 당장 중1·2 학생과 학부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1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3)씨는 "원래 초6부터 학점제를 적용한다고 했기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인생이 걸린 문제를 자꾸 이렇게 막무가내로 기습 발표하니 제도의 취지, 내용을 알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든다"고 말했다.

학습 방식이 크게 바뀌는데 내신평가 체계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대로인 점도 혼란을 부추긴다. 중1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유모(43)씨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기준이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시행 시기만 못 박은 게 아니냐"라며 "괜히 혼란을 부추겨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학점제에 발맞춘 새로운 평가 체계와 대입 제도는 학점제 전면 시행 시기에 맞춰 적용되고, 일단 2024년까지는 현행 체제가 유지된다.

학점제 도입으로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3학년도 고1부터는 수업량이 기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어 공강 시간이 일주일에 3개씩 발생한다. 이때 상담이나 자율학습을 하라는 정부 취지와 달리 사교육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과 내신을 다 잡는 전략을 짜기 위해 고가의 컨설팅 업체가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제6차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단계적 이행 계획 발표를 위해 마련됐다. 뉴스1


"지역 격차 뚜렷... 수강 과목으로 출신지 알 수 있을 것"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지방 고교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전교생이 200여 명인 고교가 대다수고, 교원도 많아야 10~20명대 수준이다. 제도 취지와 달리 다양한 선택과목을 제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농어촌∙소규모 학교에 교원 추가 배치 검토 △지역 내 대학, 연구기관 등과 공유∙협력 활성화 △온라인 공동교육 거점센터 확대 등 공동교육과정을 내실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지방 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반발한다. 강원도 한 고교에서 근무하는 A 교사는 "중심학교나 거점센터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수도권에서나 가능하다"며 "소도시에서는 학교 간 이동할 때 간헐적으로 오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수업 몇 개 듣자고 아이들이 일주일에 2~3차례씩 오가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대학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방 중소도시 주변에는 고사 직전 대학들뿐"이라며 "출발선에서부터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너무 뚜렷하다"고 A 교사는 지적했다.

자칫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의 한 고교에서 일하는 B 교사는 "앞으로는 아이들이 수강한 과목 목록만 봐도 어느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는지가 분명해지는 또 다른 차원의 '차별'이 발생할 것"이라며 "학점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마련된 뒤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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