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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권력은 손배청구 제외 ②미국도 도입... '언론중재법' 與주장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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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권력은 손배청구 제외 ②미국도 도입... '언론중재법' 與주장 따져보니

입력
2021.08.25 07: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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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비판에 5000자 입장문 읽은 송영길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문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겁니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목청을 높였다. 전날 윤 전 총장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정권 연장을 위한 언론재갈법"이라고 비판한 것을 하루 만에 반박한 것이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5,000자 분량의 입장문을 12분 간 읽어내려가며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야권과 언론계 등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①언론계 반발을 고려해 수정안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고위 공직자 등을 제외해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유지될 수 있고, ②미국·영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악의적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게 논지였다.

아울러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을 소개하고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서민들과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①권력은 징벌적 손배청구서 제외? "사각지대 많다"

이동해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동해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당초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임원 등도 제한적으로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권력형 범죄, 재벌의 비도덕적 행위 등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민주당은 권력층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하도록 수정했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정무직 공무원과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제외한 것이다. 송 대표가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 감시 권한은 유지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언론계·학계 등에서 문제시하는 것은 그럼에도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나 고위직 공무원 가족은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 지자체 등이 권력자를 대신한 우회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성남시는 2012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 대가로 경기동부연합의 사회적 기업 설립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경제 권력의 경우엔 범위 자체가 불분명하다. 민주당의 개정안에 따르면, 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구체적인 '대기업'과 관련한 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기업 범위를 좁게 잡는다면 '중견 기업은 무조건 약자냐'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②영미는 더 강한 징벌적 손배? "단순비교 어렵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송 대표는 또 "영국, 미국은 악의적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토록 한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 없는 악법'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실제 영미법 국가에서는 통상 민사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원칙이 인정되기 때문에 언론중재법처럼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세부 내용에서도 언론중재법과 영미권 제도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고위 공직자는 언론사가 기사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보도했다는 식의 '실질적 악의'를 입증해야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에선 언론보도에 따른 피해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입증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공인의 피해 주장이 인정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은 정반대다. 개정안은 언론 보도가 ①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인 경우 ②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③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충분한 검증 없이 복제·인용보도한 경우 ④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해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에 대해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고 있다. 해당 요건에 해당하면 언론이 '악의적 보도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더욱이 '보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충분한 검증' 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언론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가 23일 "정치·경제 권력의 '전략적 봉쇄 소송'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한 지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안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언론 입막음' 소송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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