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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군 시한' 딜레마 빠진 미국... G7 회의 최대 쟁점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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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철군 시한' 딜레마 빠진 미국... G7 회의 최대 쟁점 될 듯

입력
2021.08.24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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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G7 정상회의 개최 직전까지 고민
英·佛·獨 등 "대피 시한 연장해야" 압박
탈레반도 "31일이 레드라인" 철군 요구
연장하면 '철군 시기도 오판한 것' 인정
원안 고수 땐 '탈레반 경고'에 굴복한 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완료 시점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이달 31일을 시한으로 못 박은 가운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터지면서 철군 작전 속도도 더뎌진 탓이다. 아프간전에 함께 참전한 유럽 동맹국 등의 ‘철군 시한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선 아프간 정부 붕괴 시기에 이어 철군 시점까지, 또 한 번의 오판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원안을 밀어붙이면 ‘8ㆍ31’을 외국군 철군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탈레반의 경고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탈레반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오전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막판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 연장 방안을 검토했다. 미 국방부도 미군 철수 계획 및 현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24일엔 연장 여부가 정해져야 한다고 백악관에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전까지 결정을 내린 뒤, 회의에서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나와 대통령이 이전에 말했듯, 우리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는 모든 미국인이 나오도록 할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탈레반의 바람(31일 철군 완료)을 잘 알고 있다.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까지 철군을 마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애덤 시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정보당국 보고를 받은 뒤 “아직 대피가 필요한 미국인 숫자를 생각할 때 그럴(31일 철군 완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과 인권단체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철군 시한을 연장해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현지에서 대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C-2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23일 사이타마현 이루마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야마=EPA 연합뉴스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C-2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국민 등을 대피시키기 위해 23일 사이타마현 이루마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야마=EPA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토레혼 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토레혼 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뒤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도 시한 연장을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최우선 과제는 지난 20년간 우리를 도운 시민들과 아프간인들의 대피를 완료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 시한 연장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미국이 정해 둔 마감 시한이 걱정된다. 현재 수행 중인 (철군) 작전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31일이 레드라인”이라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은 이날 “외국 군대가 시한 내에 철수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31일 이후에라도 적합한 증빙 서류를 소지한 시민의 출국은 막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탈레반 요구에 밀려 무리하게 원안을 고수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저자세 속에 결국 탈레반의 경고가 나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 카불공항에 배치될 미군 규모를 제한해 탈레반과의 협상 입지를 좁힌 결과”라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도 “동맹국과 정교한 협의 없이 아프간 철군 계획을 진행,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 미국이 많은 동맹국의 분노를 초래했다”는 논평을 냈다.

만약 미국이 철군 시한을 연장할 경우, 일단은 9ㆍ11 테러 20주기인 다음 달 11일 이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아직 연장 여부가 명확히 언급되진 않았으나 이미 백악관 참모들은 연장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며 “연장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아프간인보다는) 남은 미국인들의 대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도 미국은 대피 작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3시부터 12시간 동안 자국민과 아프간인 등 1만900명을 대피시켰으며, 하루 2만 명까지도 대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15일 이후 현지를 빠져나온 인원은 약 4만8,000명이다. 아직 탈출하지 못한 사람도 최소 6만여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 10시30분 화상으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선 아프간 철군 시한 연장 문제뿐 아니라, 탈레반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여부, 아프간 난민 수용 방안 등도 다뤄질 예정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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