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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삶, 오페라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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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삶, 오페라 무대로

입력
2021.08.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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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23일 청주·서울·광주서 '길 위의 천국' 초연

한국의 두 번째 천주교 사제였던 '가경자' 최양업(1821-1861) 신부의 삶이 11월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최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초연된다. 최 신부의 삶에 감명받은 재독 작곡가 박영희가 곡을 썼다.

2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와 최양업신부탄생2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에 따르면 11월 12~13일 청주예술의전당,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23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이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하루에 100리(40km)를 걸어 다니며 방방곡곡에 다니며 천주교를 전파한 최 신부의 숭고한 삶을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 최 신부는 김대건 신부 다음으로 사제가 된 인물이다.

탄생 200주년을 맞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초상.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탄생 200주년을 맞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초상.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소장

충청도 청양에서 태어난 최 신부는 1836년 15세 나이로 마카오에 가서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 수업을 받았다. 그곳에서 자연스레 서양 문물과 학문을 접한 그는 조선의 폐쇄적인 세계관을 타파하는 선구자의 삶을 살았다. 최 신부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음악을 배운 음악인이기도 했다. 조선으로 돌아온 최 신부는 한국 고유의 음악과 서양의 화성을 접목한 천주가사를 만들어 보급했다. 가난하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한글을 보급하는 데도 앞장섰다.

최양업 신부의 삶에 감명받아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곡을 만든 재독 작곡가 박영희. 최양업신부탄생2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제공

최양업 신부의 삶에 감명받아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곡을 만든 재독 작곡가 박영희. 최양업신부탄생2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제공

박영희 작곡가는 이런 최 신부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곡을 만들었다. 박 작곡가도 한국의 소리를 서양음악에 적용하면서 동서양 음악의 융합을 발전시킨 작곡가다. 이런 업적을 인정 받아 지난해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예술대상을 받았다. 특히 박 작곡가가 음악에 표현해 왔던 '한(恨)'의 정서가 이번 오페라에서도 드러난다. 최 신부가 고뇌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길 위의 천국'은 장르 면에서 다양한 예술을 포섭했다. 기본적으로 오페라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 전통음악과 무용, 연극 등 요소를 끌어안았다. 출연 가수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 하다. 24일 열린 온라인 제작간담회에서 오페라 예술감독을 맡은 지중배 지휘자는 "생전 최양업 신부님의 나이와 주변 인물들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어울리는 성악가들을 섭외했다"며 "오케스트라도 현대음악에 조예가 깊은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 역에는 성악가 박지민ㆍ김효종이, 여성 민초를 상징하는 바르바라 역에는 소프라노 장혜지가, 최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 역에 양계화 등이 섭외됐다.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11월 공연 예정인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무대디자인. 최양업신부탄생2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제공

11월 공연 예정인 오페라 '길 위의 천국'의 무대디자인. 최양업신부탄생20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 제공

대본은 고연옥 작가가 썼다. 오페라 줄거리의 경우 최 신부가 스승인 르그레즈와, 리브와 신부님과 주고 받았던 19개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패를 거듭하며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여정과 귀국 이후 박해를 무릅쓰고 선교에 나선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룬다. 현대적인 감각의 무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수은 연출은 "성리학을 상징하는 조선시대의 갓이 부서지고, 얼어붙은 땅이 녹는 이미지 등을 통해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적 에너지를 표현했다"며 "그 생명력은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제작에 참여한 류한영(왼쪽부터) 신부와 이철수 신부, 지중배 예술감독, 이수은 연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제작에 참여한 류한영(왼쪽부터) 신부와 이철수 신부, 지중배 예술감독, 이수은 연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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