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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두고 온 'K2 소총' 30정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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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두고 온 'K2 소총' 30정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1.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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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파병 당시 들여와 대사관서 보관
"탈레반 카불 완전 장악 직전 대부분 파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병사들이 18일 수도 카불에서 M16 소총 등 미국산 무기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병사들이 18일 수도 카불에서 M16 소총 등 미국산 무기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우리 군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당시 사용한 화기 중 상당량이 최근까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에 보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기 직전 파기해 국산 무기가 탈레반 수중에 넘어가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22일 안보당국에 따르면 오랫동안 아프간 한국대사관에 잠들어 있던 무기는 한국군 주력 개인 화기인 K2 소총이다. 사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미국이 주도한 아프간 전쟁(항구적 자유작전)이 한창이던 때로, 정부는 의료지원부대 ‘동의부대’와 공병부대 ‘다산부대’를 각각 현지에 파병했다. 이 가운데 1개 소대 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카불 주재 한국대사관 경비 임무를 맡았고, 약 30정의 K2 소총과 탄약 수만 발이 대사관에서 관리된 것도 이 즈음부터다.

해당 화기들은 2007년 아프간에 파병돼 지방재건팀(PRT) 지원 업무를 담당한 ‘오쉬노부대’로 인계됐다. 시간이 흘러 2014년 철수를 앞두자 오쉬노부대는 다시 K2 소총 전량을 대사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외교 소식통은 “대사관 경계 임무를 수행했던 해병대 병력이 외국 민항기로 귀국길에 오르면서 화기를 지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이후 해병대 소유의 K2 소총과 탄약을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K2 소총이 안전지대인 대사관에 보관된 덕분에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하면서 반출 위험이 갑자기 커졌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 폐쇄 직전 일부 총기를 제외하고 모두 파기해 적대 세력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는 탈레반의 카불 진입이 시작된 16일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대다수 공관 직원들도 곧장 미국 수송기를 타고 인근 제3국으로 철수했는데, 이때 한두 정의 소총은 가져갔고 나머지는 대사관을 빠져나오기 전 파기했다는 것이다.

외신 보도를 보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철수 과정에서 기관총 7,000여 정과 험비 4,700여 대, 군용기 200여 대를 두고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카불 현지에선 미군 험비를 타고 행진하는 탈레반 병사들의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비록 수는 적으나 우리 군 무기체계가 탈레반에 넘어가는 불상사는 막아낸 셈이다.

외교당국은 K2 소총을 파기한 방법에 관해선 함구하고 있다. 통상 소총은 격발 핵심 부품인 노리쇠 뭉치와 공이만 제거해도 기능을 상실해 대사관 측도 이런 방식으로 총기를 무력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영빈 기자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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