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지수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4개월째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끌어올릴 가능성 커
정부 두 달 연속 "내수 불확실성 지속" 판단
추석 연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민 생활과 밀접한 유류·농축산물 가격 급등으로 생산자물가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가 치솟으면 소비자물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어 밥상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간 물가안정목표(2.0%)를 초과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7% 오른 110.02(2015년=100)를 기록,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후 최고치이자, 2009년 11월부터 19개월 연속 오른 뒤 두 번째로 긴 상승기다.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108.06) 역대 최고를 찍은 이후에도 계속 오르며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7.1%)도 2011년 6월(7.2%)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린 건 높아진 원자재 가격과 공급이 부족한 농산물이다. 배준형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과장은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석탄·석유제품 등 공산품 값이 올랐고,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나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공산품은 휘발유(8.2%), 경유(6.3%) 등 석탄·석유제품(5.1%)이 상승하면서 전월보다 1.0% 올랐다. 수박(40.1%)과 시금치(76.0%), 닭고기(18.4%) 등도 올라 농산물과 축산물 역시 2.4%씩 상승했다.
생산자물가가 보통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밥상 물가를 포함한 8월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6월보다 0.2%포인트 높은 2.6%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0.5%)부터 오르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부턴 2%대 상승률을 찍고 있다.
특히 계절 요인이나 외부 충격이 작용하는 석유류·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1.7% 올라 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1월 0.9%였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부문의 물가가 함께 오르고 있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고등이 켜진 밥상물가에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까지 겹치면서 각종 경제 지표도 7월을 기점으로 고꾸라지는 모양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SI·103.2)는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97) 역시 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기재부는 이날 기발표한 ‘8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연초 이후 내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던 정부가 지난달부터 두 달 연속 내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경기회복세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물가가 계속 뛰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달 안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개최한 ‘혁신성장전략점검회의 및 물가차관회의’에서 “생활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9월까지 계란 2억 개를 수입하고, 가격 안정을 위해 추석 3주 전부터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평시보다 각각 1.6배, 1.25배 공급되도록 출하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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