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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부상자 치료 시급한데... '의사 납치' 속출하는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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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부상자 치료 시급한데... '의사 납치' 속출하는 아이티

입력
2021.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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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이 정형외과·산부인과 의사 납치?
제왕절개 기다리던 산모와 아기 숨져
지난해부터 몸값 노린 생계형 납치 기승

지난 14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폐허가 된 아이티 플로헝에서 17일 한 남성이 건물 잔해 위에 멍하니 앉아 있다. 플로헝=AP 연합뉴스

지난 14일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폐허가 된 아이티 플로헝에서 17일 한 남성이 건물 잔해 위에 멍하니 앉아 있다. 플로헝=AP 연합뉴스

규모 7.2의 강진에 열대성 폭풍까지 덮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몸값을 노린 마구잡이식 납치가 성행하고 있었는데, 이젠 부상자 치료에 전념하던 의사까지 그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충격에 빠진 병원들은 의료진을 병원에만 머물게 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대통령 피살로 사실상 무정부상태인 아이티에서 갱단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막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지진 피해자를 치료하던 정형외과 의사 한 명이 납치됐다. 현재 지진으로 골절된 환자가 많은 아이티에선 정형외과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나라 전체를 통틀어 정형외과 전문의가 극소수 몇 명에 그쳐 의료계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해당 의사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치료 중인 지진 부상자 48명 중 45명은 정형외과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앞서 17일에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피랍돼 제왕절개를 기다리던 산모와 아기 모두 사망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통신은 해당 의사가 긴급 제왕절개 요청을 받고 산모에게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내 의료 네트워크 ‘DASH’의 설립자인 로널드 라로슈 박사는 “납치범들은 산모와 아기의 죽음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며 격앙됐다.

아이티에선 지난해부터 외국인과 내국인, 부유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납치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생계형 범죄 조직이 급성장한 탓이다. 유엔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 벌어진 납치사건은 234건으로, 2019년 대비 3배 증가했다.

두 의사를 납치한 갱단 역시 피해자 가족에게 접촉해 돈을 요구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와 석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진 납치에 분노한 DASH는 이틀간 비응급 진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일부 병원에선 의사들에게 출퇴근을 하는 대신 병원에 머물기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규모 7.2의 강진이 국가 남서부를 강타한 아이티에선 지금까지 2,189명이 숨졌고, 1만2,268명이 부상당했다. 약 13만5,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60만 명이 넘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일엔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를 휩쓸어 기본적인 음식 마련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위생 환경 조성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아이티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국가적 혼란을 헤쳐나가는 데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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