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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19년 전 성폭행 배상 가능 "트라우마 시점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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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19년 전 성폭행 배상 가능 "트라우마 시점이 기준"

입력
2021.08.19 15:30
수정
2021.08.19 17:4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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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범행 아닌 PTSD를 기준 삼아야"
대법,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 인정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가 초등학생 시절 성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10년이 지난 범죄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는데, 법원은 청구권 시효의 시작을 가해자의 '마지막 범행 때'가 아닌, '성폭행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현실화 되는 때'로 봐야 한다며 김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9일 김씨가 전 초등학교 테니스 코치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강원도 한 초등학교에서 당시 테니스 코치였던 A씨로부터 네 차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김씨는 성년이 된 2012년, 미성년자 성폭행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A씨를 고소하려고 했지만 증거 수집 등의 이유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하지만 2016년 한 테니스 대회에서 A씨를 맞닥뜨리면서 김씨는 심적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다. 피해 기억에 사흘 동안 기억을 잃고 수면장애를 앓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과거 외상과 연관된 자극에 재노출 후 불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 반복 회상 등을 보여 지속적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PTSD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진단서와 초등학교 테니스부 동료들의 진술을 확보해 그해 7월 A씨를 형사 고소했고, 2018년 A씨는 징역 10년을 확정 받았다. 김씨는 이를 토대로 A씨를 상대로 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의 '미투(Me too)' 폭로는 체육계 미투 운동 확산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성폭행 시점과 PTSD 등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가 드러난 시점에 큰 차이가 있어,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언제까지 인정되는지 따져봐야 했다. 통상 불법행위 피해자는 법적으로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10년으로 소송 제기 시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 역시 마지막 범행 시점인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김씨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1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016년 김씨가 PTSD 진단을 받은 때를 기준으로 삼아 이후 10년 동안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같은 이유에서 김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일률적으로 성범죄 당시나 일부 증상의 발생일로 보게 되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김씨가 전문가로부터 PTSD 발현 진단을 받은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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