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호통이 낫다" 이준석 리스크에 김종인 띄운 김재원

김재원 최고위원, "당에 어른이 없다"며 김종인 언급
'이준석 리더십'에 강력한 경고성 견제구?
김종인, 쓴소리 날리며 '훈수정치' 가동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자축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당 대표와 대선주자 사이의 갈등으로 어수선한 국민의힘에서 김종인 재등판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내 갈등을 수습할 '어른'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한 자락 깔았지만, 내홍의 중심에 서 있는 이준석 대표 리더십에 대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린 경고란 해석이 나온다.

당장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날리며 다시 한번 '훈수정치'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당에 어른이 없다"며 김종인 재등판론 꺼낸 김재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가운데)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측 제공. 뉴시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다시 공개 소환한 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인 김재원 최고위원이다.

김재원 위원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우리 당이 젊어졌고, 앞으로도 더 젊어져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김종인 위원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는데 최근에 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 어른이 없구나. (갈등을) 조정할 분이 없구나 하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며 "아예 어른을 모셔와서 좀 앉혀 놓고 호통을 좀 듣더라도 그게 훨씬 낫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종인 전 위원장을 소환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만큼 우리 당이 지금 지리멸렬하다는 의미로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갈등 조정하기보다 자기 의사 표현" 이준석 '직격'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그는 "당 대표가 대선주자와 분란을 일으키고 언쟁을 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상황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좀 더 많이 표현하는 상황도 과거 대표들과 다른 측면이 있다"며 "세대 차이로서 이해하고 보듬고 안고 가야 할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가도, 과거와 다른 대표상에 갈등이 확대되고 전선이 넓어진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갈등을 컨트롤해야 할 대표가 전면에 나서 대립을 부추기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

이번 다중 분열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도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와 경선준비위원회 등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주자들을 주인공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삼으려는 태도 또한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이준석과 국민의힘 향해 '훈수정치' 가동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중구 한 호텔 식당에서 만찬 회동한 뒤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최근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며 '훈수정치'를 본격 가동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에 적극 개입하며 본인의 입지를 키우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을 향한 김 전 위원장의 '훈수'는 부쩍 더 잦아진 모습이다.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당 대표는 사소한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고 비판했고, 윤석열 전 총장과의 오찬에선 "(이 대표와의 갈등에) 대응하지 말고 참고 지내라"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선 경선을 본격 주관할 선거관리위원장을 누구로 할지 여부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왜 꼭 서병수 의원을 선관위원장으로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선관위원장은 가장 중립적이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선관위원장에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앉히려는 의중을 드러낸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서병수 불가론'을 선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김 전 위원장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