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등 당내 현안을 두고 이준석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토론회 일정을 수정하는 등 절충안을 통해 내홍을 봉합한 듯했지만, 비공개 회의에선 상대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분출한 것이다.
카메라 빠지자 날 선 발언 주고받은 지도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겨냥해 말조심하라며 "정신차려야 한다.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발언을 하지 않는 터였다. 경선준비위원회 월권 논란을 고리로 '이준석 리더십'에 대한 당내 공세가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비공개 회의에서 작심하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배현진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그는 "지금 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의 잘못도 있는데 경고라니"라며 "그러면 나도 똑같이 경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이 대표의 감정적 대응이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지적이었다.
서병수 경준위원장도 가세했다. 이 대표에게는 "SNS와 인터뷰를 줄이고, 그 힘을 아껴 대여 투쟁에 나서 달라"고 조언했고, 경준위 월권 논란을 주도해 온 김재원 최고위원에게는 "경준위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경준위 월권 논란을 제기한 일부 최고위원들을 겨냥해 "당신들이 캠프 대변인들이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자기들이 의결한 기구에 시비를 걸고 침을 뱉느냐"라며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맹비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중재에 내선 뒤에야 실무적 논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윤석열 정리' 발언 두고 이준석·원희룡 진실공방
최고위 이후 평소와 달리 취재진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던 이 대표는 오후 언론 인터뷰에서 참고 있던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국회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는 소통에 전혀 무리가 없다"며 "주변 인사들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낭설을 가지고 당대표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관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도 "선관위원장 지명권은 대표에게 있고, 최고위에 추인 권한이 있다"며 "어떤 후보든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내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캠프와의 갈등 상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곧 (갈등설이) 정리될 것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손가락을 튕기면 후보를 정리하는 능력이라도 있다는 건가"라며 "자신 있다면 제 발언의 주어가 윤 전 총장이었다고 원 전 지사께서 확실히 답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 12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 대표의) '정리된다'는 말은 갈등이 정리된다는 게 아니라 후보로서의 지속성이 정리된다는 뜻"이라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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