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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보다 영악해진 탈레반...국제적 감각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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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보다 영악해진 탈레반...국제적 감각 터득"

입력
2021.08.18 07:30
수정
2021.08.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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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 유창한 탈레반"
"경제 재건 위한 지원받으려 '가면'으로 얼굴 감춰"
'뜨거운 감자' 탈레반...중국·인도 등 주변국에 영향

17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전날 이곳에서 필사적으로 국외 탈출을 시도하는 군중이 몰려들어 큰 소동이 벌어지자 탈레반은 전국적인 사면령을 선포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부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카불=AP 연합뉴스

17일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다. 전날 이곳에서 필사적으로 국외 탈출을 시도하는 군중이 몰려들어 큰 소동이 벌어지자 탈레반은 전국적인 사면령을 선포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부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카불=AP 연합뉴스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17일 "현재 탈레반은 '탈레반 2.0'으로 불릴 정도로 영악하게 국제정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탈레반이 20년 전보다 훨씬 영악해졌다"면서 "영어도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이제 아주 유창한 영어도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이 당분간은 실체를 감춘 채 '가면'을 쓰고 활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탈레반은 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하다"며 "심각한 탈레반의 기본적인 얼굴들을 감추고 가면을 쓰면서, 여성들과 소수인에게 유화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16일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달리는 비행기에 올라타려고 뛰고 있다. 뉴스1

16일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달리는 비행기에 올라타려고 뛰고 있다. 뉴스1

실제로 탈레반은 17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사면령을 선포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부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이는 전날 카불 국제공항에서 국외로 나가려는 수백 명 인파가 몰려 소동을 겪자 시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

하지만 조만간 탈레반의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탈레반) 본인들이 정권이 흔들린다고 생각했을 때, 도전을 받을 때는 반드시 20년 전의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중국·인도 등 주변 6개국도 골머리 앓아

중앙아시아 지도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앙아시아 지도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 교수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에 주변국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레반의 등장에 가장 불편한 국가로 중국과 인도를 꼽았다.

박 교수는 "중국과 인도는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로 탈레반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과 인도의 캬슈미르 때문이다. 이곳들은 모두 무슬림이 다수여서 탈레반이 영향력을 행사해 연결할 수도 있어서다.

그는 "탈레반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원리주의 사상, 극단적인 이슬람 정책이 주변 국가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파키스탄도 국가 내 탈레반이 있어서 아프가니스탄과 연결될까 봐 머리가 아프게 됐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극단주의가 있어 연결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도 탈레반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박 교수는 "탈레반 때문에 이란에 들어와 있는 아프간 난민이 300만 명이 넘는다"면서 "지금도 100만 명 이상 받아야 된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란 성직자들은 탈레반에 반감이 있고, 테헤란에서는 반(反) 탈레반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라크에서처럼 똑같이 아프간서도 실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박 교수는 미국이 철수한 상황에 대해 "손 털고 나온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은 이라크와 더불어 아프간에서도 실패했다"며 "아프간은 20년 동안 미국이 30만 군대를 키웠는데 들어간 돈이 102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 단 일주일 만에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똑같은 상황인 것이, 미국이 이라크에서 11년 동안 이라크군을 키웠는데 3일 만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게 물러났다"며 "미국이 헛돈을 쓴 것이고, 미국이 세웠던 정권들이 부패정권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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