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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도망칠 때 아프간에 남은 여성들 "죽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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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도망칠 때 아프간에 남은 여성들 "죽음 기다린다"

입력
2021.08.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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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잔류한 아프간 교육장관·최연소 여성 시장
"여성의 두려움 느껴...떠날 수 없다, 어딜 가겠나"

아프가니스탄 구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맡은 란지나 하미디는 "다른 아프가니스탄의 소녀와 여성들과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구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맡은 란지나 하미디는 "다른 아프가니스탄의 소녀와 여성들과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인계되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 그룹이 잇따라 도망칠 때 여성 정치인들은 여럿 자리를 지키며 버텼다. 이들은 탈레반의 집권으로 인해 여성의 권리가 축소될 것을 걱정했다.

란지나 하미디 아프간 교육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고 믿을 수가 없다. (탈레반 점령이) 이런 식으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전적으로 믿었던 대통령이 이랬다는(도망쳤다는) 것이 가장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나는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진 복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며 "내일 아침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미디 장관은 앞서 미국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는 "수많은 아프간 소녀와 여성들이 두려움을 느낀다"며 "나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 그들이 무슨 일을 할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리파 가파리는 아프가니스탄 최연소 여성 시장 출신으로, 꾸준히 살해 위협을 받아 왔으며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자리파 가파리는 아프가니스탄 최연소 여성 시장 출신으로, 꾸준히 살해 위협을 받아 왔으며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아프간 최연소 여성 시장을 지내고, 현재는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중앙정부에서 일하던 관료 자리파 가파리도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기 앉아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들은 나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떠날 수 없다. 내가 어디로 가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2년생인 가파리는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아프간 여성들의 롤 모델로 떠올랐지만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집단으로부터 여러 차례 암살 위협을 당했다. 무장 집단이 아닌 남성 무리가 시장에 오른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개적으로 모욕하기도 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

프랑스인과 아프가니스탄인들이 17일 카불 공항에서 군용기를 타고 철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프랑스인과 아프가니스탄인들이 17일 카불 공항에서 군용기를 타고 철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집권한 2001년까지 여성은 교육과 근로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아프간 학생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39%를 차지했다.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 중 하나가 양성 평등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불을 차지하고 새 정부를 세운 탈레반은 기존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사면을 약속했고 생명과 재산, 존엄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아프간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이런 약속을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이란에서 자랐다고 밝힌 23세 여성은 눈물을 훔치며 아프간 여성의 상황을 호소했다. 유튜브 캡처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이란에서 자랐다고 밝힌 23세 여성은 눈물을 훔치며 아프간 여성의 상황을 호소했다. 유튜브 캡처

이란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아프간 출신 여성의 호소가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그는 영상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다는 이유로 누구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을 공개하기 거부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이란에서 공부했다"는 이 여성은 17일 미국의소리(VOA)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카불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내 친구들이 걱정된다"면서 "탈레반이 대외 관계를 위해 외부에 잘 보이려 노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들이 샤리아 율법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파리 전 시장은 3주 전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고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며 "그들이 진보와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고 거기에 이 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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