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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빈곤으로 20년 '신음'…아프간 고위층은 이렇게 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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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빈곤으로 20년 '신음'…아프간 고위층은 이렇게 살았나

입력
2021.08.17 14:30
수정
2021.08.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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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부 측 군벌 도스툼 호화 사저 공개에
"미국인 세금 이런 곳에 쓰였나" 비판도
중앙은행 총재 "혼돈은 대통령의 무책임한 탈주 때문"

탈레반 병사들이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의 '호화 사저'에 침입해 다과회를 연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탈레반 병사들이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의 '호화 사저'에 침입해 다과회를 연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던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한 호화로운 집안 영상이 공개됐다. 무장한 탈레반 병사들은 이 집에 침입해 금빛 집기를 꺼내 보여주고, 나중에는 아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이 집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중심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 있는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아프가니스탄 부통령의 집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인이 대략 20년에 이르는 정부군과 탈레반 사이 끝없는 전투와 빈곤에 시달리는 동안, 지역의 유력자이자 군벌 출신으로 정부의 중추로 오른 인물은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는 증거로 탈레반 쪽에서 이 영상을 뿌린 것이다.

친 탈레반 성향 SNS 계정뿐 아니라 미국인들도 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미국인의 세금이 이런 곳에 쓰였다"고 덧붙이며 비판했고, 언론도 여럿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이 점령한 후 뿌린 도스툼 장군의 사저 외부와 내부 모습. 트위터 캡처

탈레반이 점령한 후 뿌린 도스툼 장군의 사저 외부와 내부 모습. 트위터 캡처

도스툼 전 부통령은 2001년 탈레반 정권이 카불에서 축출되고 난 후 수립된 정부의 군사 부문 중핵이었던 '북부동맹'을 구성하는 주요 군벌 중 하나였다. 아프간 정부가 구성된 뒤에도 다수 무장 단체를 운영하며 사실상 '사병'처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조차 그를 무시할 수 없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도스툼은 이번 전쟁에서는 터키에서 병을 치료하던 도중 탈레반과 싸우겠다고 귀국해 자신의 거점인 마자르이샤리프로 내려갔지만, 별다른 전투 없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망명하는 신세가 됐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 측 보안군이 이탈하면서 마자르프를 별다른 저항 없이 점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스툼이 거느리고 있던 무장 단체들이 대거 이반해 탈레반 쪽으로 붙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가니 대통령, 계획 없는 탈주... 중앙은행 총재도 "몰랐다"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있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포스터가 찢긴 채 방치돼 있다. 가니 대통령은 15일 갑작스레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AFP 연합뉴스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있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포스터가 찢긴 채 방치돼 있다. 가니 대통령은 15일 갑작스레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AFP 연합뉴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또한 15일 카불 함락의 위기 속에서 빠르게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16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가니 대통령이 "정부가 붕괴할 때 돈으로 가득 찬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헬기에 실으려 하던 돈이 다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 두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의 탈주가 사전에 계획을 짜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부의 핵심 관료조차 그의 도피를 몰랐다고 증언했다. 아즈말 아흐마디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 총재는 가니 대통령이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카불 공항으로 향해 군용기에 섞여 간신히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아흐마디 총재는 탈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앞서 대통령궁에 탈출 계획을 물었지만 침묵으로 돌아왔다"며 "아프간 지도층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공항을 떠났다. 아무 계획도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떠났다고 밝히는 순간 혼돈이 올 것은 알고 있었다. 아무런 정권 인수인계 계획 없이 그 혼돈을 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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