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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언론통제’ 미디어법, 하원 통과… 집권 연정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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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언론통제’ 미디어법, 하원 통과… 집권 연정 붕괴

입력
2021.08.12 19: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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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유럽 기업의 폴란드 언론사 소유 금지 내용
'정부 비판' 방송사 TVN 겨냥... 美디스커버리 소유
법안 반대하던 '중도 성향' 동맹당, 결국 연정 탈퇴
안팎 여론 악화... NYT "가을 조기 총선 가능성도"

11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회 앞에서 시위대가 언론 통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11일 폴란드 바르샤바 국회 앞에서 시위대가 언론 통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바르샤바=AP 연합뉴스

폴란드 하원에서 정부 비판적 성향 언론을 옥죄려는 의도가 담긴 미디어법안이 각종 논란 끝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소수 정당의 탈퇴로 우파 집권 연립정부가 붕괴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폴란드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어 당분간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하원은 11일(현지시간) 비(非)유럽계 기업의 자국 언론사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8표, 반대 216표, 기권 10표로 통과시켰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인 법과정의당(PiS)이 주도하는 집권연정은 하원 전체 의석 460석 가운데 232석을 차지, 가까스로 과반을 유지해 왔다.

2015년 집권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와 PiS는 그동안 언론 통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영 기업을 통해 거대 미디어 회사인 폴란드프레스그룹(PPG)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에 통과된 문제의 법안도 그동안 정부 비판적 보도를 해 온 매체인 TVN을 타깃으로 삼아 ‘언론 길들이기’를 하려는 목적이라는 평가다. 표면적으론 미국 등 비유럽 국가에 기반을 둔 기업은 폴란드 언론사의 소유주가 될 수 없다는 일반적 사항을 담고 있지만, 현재 폴란드에서 이 조항이 적용되는 매체는 오로지 TVN밖에 없기 때문이다.

폴란드 최대 민영방송사인 TVN의 최대 주주는 미국의 디스커버리그룹이다. 폴란드 언론사를 소유 중인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디스커버리에 ‘TVN 지분을 매각하고 떠나라’고 수차례 요구해 왔다. 이날 디스커버리는 성명을 내고 “폴란드의 새 법안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에 대한 공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우파 연정 붕괴 결과도 초래됐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전날 연정 파트너인 야로슬라프 고빈 부총리 겸 경제개발부 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집권연정 소속 정당 3곳 가운데 가장 중도적 성향이자 최소 의석 수(13석)인 동맹당의 대표인 고빈 전 부총리도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연정은 219석으로 줄어 의석 수 절반(230석) 밑으로 떨어졌다. 고빈 전 부총리는 법안 표결에 앞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폴란드는 동맹국인 미국과 대결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실제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디어법은 폴란드 국민들이 오랫동안 노력해 온 언론 환경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상원도 “폴란드가 새 미디어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양국 간 안보와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간신히 하원 문턱을 넘은 이번 법안이 상원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상원에선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이틀째 수도 바르샤바 등 전역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 미디어법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모라비에츠키 정권이 미디어법 강행으로 하원에서 과반을 잃는 등 지지 기반에 타격을 입었다”며 “다시 연정을 꾸리지 못하면 가을 조기 총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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