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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꿴 백신 전략 첫 단추... "애초 화이자에 전력 쏟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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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꿴 백신 전략 첫 단추... "애초 화이자에 전력 쏟았어야 했다"

입력
2021.08.11 04:30
수정
2021.08.11 10: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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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꼬이는 백신 전략.. 모더나 공급 차질 후폭풍
삼바? 위탁생산 물량 일부 국내 활용 제안할 듯

모더나 백신 130만 3000회분이 도착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모더나 백신 130만 3000회분이 도착한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백신을 옮기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대안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리면서 백신 2차 접종 일정이 일제히 2주 뒤로 밀리게 되자, 접종 예정일이 휴일과 겹치거나 백신 접종 휴가 일정을 바꿔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초에 생산과 공급 능력이 검증된 화이자 백신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확보 초기 내걸었던 '다양한 플랫폼 전략'이 오히려 백신의 안정적 수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일정을 한꺼번에 2주씩 연기하다 보니 일부 접종자의 경우 1, 2차 접종 시기가 최대 8주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박혜경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일괄적으로 2주를 연장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별도 작업을 진행해 6주 이내로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주에서 5주로 접종간격이 조정되는 바람에 개학 이후에 2차 접종을 하게 된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담당 교직원 58만 명 가운데 일부는 백신 휴가 문제로 일부 수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양한 플랫폼' 내세워 신생업체 의존

전문가들은 "지난해 백신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백신 수급 경쟁에 늦게 뛰어든 것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정부가 백신 확보전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7월. 거기다 다양한 플랫폼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화이자 이외 아스트라제네카(AZ),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 등이 함께 거론됐다. 이들 회사들은 화이자와 비교해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라 안정적 개발,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그랬다. 실제 AZ백신은 사용 승인 과정에서의 실수 때문에 논란을 빚었고, 혈전증 부작용 문제 때문에 '50세 이상'으로 사용 연령이 제한됐다. 노바백스 백신은 승인 신청시기가 2분기에서 3분기로, 다시 4분기로 밀렸다. 아예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도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는 바이오벤처 회사라 생산공장이 따로 없는 곳이었다"며 "부랴부랴 해외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해내는 곳이라 처음부터 불안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화이자 백신 확보전이 가장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전에 뛰어든 시기도 늦었지만, 확보 전략도 결과론적으로 적당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모더나 4,000만 회분 온다" ... 반년간 5% 들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 백신에 희망을 걸었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스테판 반셀 모더나사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통화해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통화 덕분에 모더나 백신 도입시기도 올해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으며, 5월부터 백신이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월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홍남기 당시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상반기에 못 들어온다"고 실토했고, 3분기 첫달인 7월에는 생산 차질 문제 때문에 7월 물량 중 196만 회분이 8월로 미뤄졌다. 곧이어 지난달 3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8월분 공급물량 850만 회분이 제때에 도입된다"고 했지만 결국 6일 모더나는 '8월 공급 차질'을 통보했다. 문 대통령이 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던 모더나 백신은 9일 기준 245만5,000회분만 들어오는 데 그쳤다. 반년이 지났는데 5% 수준이다.

모더나에 삼성바이로직스 위탁생산 계약물량 일부 국내 활용방안 제안할 듯

이번 공급차질을 두고 정부는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미국 모더나 본사에 보내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방미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키로해 이달 말 시생산을 시작하는 모더나 백신 계약물량 일부를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모더나 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백신 공급의 안정성과 이송의 효율성 등을 감안시 국내 생산 물량이 국내에 공급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면서도 "방미 대표단이 제약사와 면담할 구체적인 내용들은 확정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백신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백신을 쥐고 있는 회사를 마냥 압박하긴 어렵다.

백신 2차접종 일정 그래픽=박구원 기자

백신 2차접종 일정 그래픽=박구원 기자

정부도 항의 방문을 내세우면서 "공급 차질 자체가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1년 4,000만 회분 공급'이라는 큰 틀의 약속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통상 한 달 물량을 확정해 알려주면 그 물량에 근거해 접종계획을 수립하기에, 제약사가 계약 물량을 지키는 것이 접종계획 운영에 아주 중요하다"며 "재발 방지 확약을 받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주 제한적 항의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아예 당분간 모더나 백신은 없는 셈 치고 접종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모더나 백신 공급 불안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에 모더나 백신은 한국 공항에 도착해야 도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백신 수급을 고려해 더 정교한 접종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신규확진자 첫 2000명대 진입

마땅한 대안은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나이 제한을 풀어 젊은층에게 AZ백신이라도 맞히겠다 했지만, 전문가들은 펄쩍 뛴다. 마상혁 부회장은 "부작용 때문에 연령제한을 걸어둔 AZ백신을 다시 맞힌다는 건 아무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첫 단추 효과'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2,02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후 9시 기준 최다 확진자다. 2,000명 대 확진자는 지난해 1월 20일 첫 환자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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