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테 올림피언 박희준 “외로운 싸움, 모두 보상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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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테 올림피언 박희준 “외로운 싸움, 모두 보상받은 기분”

입력
2021.08.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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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안 되는?가라테, 알바와 훈련 병행
아파트 주차장에서 연습해 쫓겨나기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동메달 결정전까지
"내 인생 하나뿐인 기적, 모두 보여줬다"

박희준이 6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가라테 남자 카타 동메달 결정전에 가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선 위대한 노메달리스트가 많았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열정으로 감동을 전했다. 가라테 올림피언 박희준(27)도 그중 한 명이다. 그의 싸움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외로웠다. ‘왜 일본 무술을 하냐’라는 모난 시선에 먼저 부딪혀야 했다. 비인기 종목이라 실업팀도 기업의 지원이 없었다. 올림픽을 앞두고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박희준은 그 모든 설움을 우렁찬 기합과 함께 일본 무도관에 내뱉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유럽선수권 챔피언 알리 소푸글루(터키)에게 1.12점 차로 패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였다.

박희준은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올림픽을 “외로운 싸움 끝에 찾아온 너무 큰 보상이자, 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기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과거 힘들었던 일들을 다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메달 문턱에서 떨어져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했고 퍼포먼스도 만족한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기에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가라테에서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쥔 것 자체가 큰 성취였다. 그는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일본 DVD를 보며 독학으로 가라테를 시작했다. 한국에선 밥벌이가 되는 운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도 아르바이트와 운동을 병행해야 했다. 한 푼씩 모아 해외 훈련을 하러 갔다. 서울에는 마땅한 체육관이 없어 아파트 주차장이나 산을 전전했다. 쫓겨 난 적도 많았다. 그는 “해외 훈련 땐 아낄 수 있는 게 숙소와 식비뿐이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면서 콜라 하나 사 먹는 것도 한참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늘 든든한 후원자였다. “운동을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며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게 됐을 때 박희준보다 더 기뻐하고 눈물을 흘린 것도 그의 부모다. 박희준은 “이런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올림픽을 마친 그는 이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금메달을 딴 기우나 료(31·일본)와 은메달리스트 다이미언 킨테로(37·스페인)와 비교하면 아직 어린 나이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언제까지고 벌이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 먹고살 순 없다. 그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기량이 더 올라갈 수 있는데 이제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끝을 흐렸다.

대신 박희준은 현재 재학 중인 교육대학원에서 체육 선생님의 꿈을 함께 키워나갈 계획이다. 수학 교사인 아버지를 보며 그려 온 그의 또 다른 미래다. 그는 “막막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뤄냈다”며 “이 경험을 미래에 대해 고민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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