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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탄소중립 생활

입력
2021.08.10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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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우
홍제우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편집자주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도시 숲과 가로수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그림은 서울숲에서 관측한 결과를 보여준다(출처: 연세대 미기상연구실).

도시 숲과 가로수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그림은 서울숲에서 관측한 결과를 보여준다(출처: 연세대 미기상연구실).


우리는 회계연도마다 수입과 지출을 종합해서 자산 변동을 계산한다. 이산화탄소의 변동을 나타낼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흡수(absorption)와 배출(emission)을 종합해서 탄소 교환량(carbon exchange)으로 나타낸다. 잎이 나고 지는 자연의 현상이 계절의 변화를 따라 1년마다 순환하기 때문에, 탄소 교환량도 보통은 1년마다 계산한다. 이 값이 0에 아주 가까워서 흡수나 배출에 치우치지 않았을 때,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 표현한다. 지금 우리가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당히 줄여서 0에 가까운 배출을 보이거나, 오히려 흡수하는 세상이 도래하면 우리는 ‘탄소중립을 달성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다양한 숲에서 관측한 연간 이산화탄소 교환량이다(출처: WMO IG3IS 이행사업단). 거의 모든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양이 크게 달라진다. 파란 점은 전남 보성의 이모작 논, 초록점은 서귀포 난대림 숲에서 관측한 결과다.

아시아의 다양한 숲에서 관측한 연간 이산화탄소 교환량이다(출처: WMO IG3IS 이행사업단). 거의 모든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양이 크게 달라진다. 파란 점은 전남 보성의 이모작 논, 초록점은 서귀포 난대림 숲에서 관측한 결과다.


현재까지는 숲을 조성해서 흡수원을 늘리는데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숲과 농경지는 제법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이모작 논(전남 보성군)과 국립산림과학원의 난대림 숲(제주 서귀포시) 관측 연구에 따르면, 1㎡당 연간 2㎏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이 결과는 아시아지역의 다양한 연구 사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은 흡수량을 뜻한다. 기후 조건이 같아도 숲들의 흡수량은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숲 관리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도시 숲과 공원, 가로수들도 도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녹지 조성만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시키려면 국토 면적 3배 이상의 잘 관리된 녹지가 필요하다. 관리에 필요한 자원(물, 영양분, 가지치기 등)과 대기질(오존이나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흡수원 증가와 더불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환경부는 시의성 있게 가정, 학교, 기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를 발간했다(출처: 환경부 신기후체제대응팀 제공).

환경부는 시의성 있게 가정, 학교, 기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를 발간했다(출처: 환경부 신기후체제대응팀 제공).


큰 뜻을 품으면 잔 것이 없다지만, 결국 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도 에너지 절약, 친환경 소비, 대중교통 이용, 자원 순환과 흡수원(나무) 증진이 지금 말할 수 있는 최선의 정답이겠지만, 아직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낀다. 환경부는 전문가와 국민, 지자체, 교육청, 관계부처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생활 실천 안내서’를 발간했다. 가정, 학교, 기업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 정부 지원 제도, 시설 개선 등 풍성한 정보를 담아냈다. 가정에서의 실천, 학교에서의 튼튼한 기후·환경 교육,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이 문화로 정착하면 탄소중립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1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우리 사회의 굉장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있을 기술 혁신과 새롭게 나타날 리스크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탄소중립을 위한 계획에는 미래의 이행 주체들의 역할, 협의의 여지, 융통성을 곳곳에 남겨줘야 한다. 신문과 뉴스 속 많은 비평들이 더 건강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탄소중립을 위해 시작된 불씨가 꺼지지 않고, 건강한 관심들로 이어 붙어 옆으로 또 옆으로 번져가길 기원한다.

홍제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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