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석적읍 망정1리 주민들 위령제 열어
328고지 전투서 숨진 2만7,000여 군인 넋 위로
"이념, 사상 떠나 한반도 평화 밀알 되길"
"한 줌 유해는 아군도 적군도 아닌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한 맺힌 영혼일 뿐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인 경북 칠곡의 낙동강방어선 다부동전투 328고지와 수암산 자락에서 호국 영령 추모 위령제가 열렸다.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이 위령제에서 마을 주민 50여 명은 이곳에서 숨진 국군 1만여 명과 인민군 1만7,000여 명 모두의 넋을 기렸다.
9일 칠곡군에 따르면 8일 칠곡군 석적읍 망정1리 인문학마을에서 '328고지 위령제'가 열렸다. 4회째인 이날 위령제는 경기민요 57호 전수자인 민진기 선생의 영혼을 달래는 공연을 시작으로 윤병규 망정1리 이장의 초헌례(첫 잔을 올리는 것), 배석운 칠곡향교 회장의 독축(축문을 읽는 것), 이 지역 정희용 국회의원의 아헌례(두 번째 잔을 올리는 것) 순으로 진행됐다.
328고지 바로 아래 망정1리 주민들은 2018년부터 매년 8월 둘째 주 일요일에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날도 주민들은 마을 공동 경비로 재래시장에서 직접 음식을 장만해 위령제 제사상에 올렸다.
마을 주민들은 당시 탄약과 식량 등 물자를 지게에 짊어지고 328고지를 방어하던 국군에게 공급해 '호국마을'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이 일대에는 지금도 국군과 인민군, 중국군의 유해와 탄피가 많이 발굴되고 있다. 한평생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에게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윤병규 망정1리 이장은 "망정리 주민들에게 328고지는 가슴 속에 살아있는 슬픔이자 아픔"이라며 "이곳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밀알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328고지 전투는 1950년 8월 13∼24일 국군 1사단과 북한군 3사단 사이에 벌어진 전투로 고지 주인이 15번이나 바뀐 끝에 국군이 승리했다. 이 일대 전투에서 전사한 최승갑 하사의 사연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칠곡군은 연말에 망정1리 마을에서 328고지까지 호국탐방로를 조성해 일반에 개방한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위령제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을 채 알기도 전에 이름 모를 능선에서 희생한 영혼을 모신 자리"라며 "천리 타향에서 산천을 방황하는 영령들이 영면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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