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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방암이라고 지레 걱정 말아야… 예후 좋은 유방암도 있어

입력
2021.08.09 19:5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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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40세 미만 젊은 여성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고 지레 겁을 많이 먹는데 일부 아형을 제외하고는 적극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40세 미만 젊은 여성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고 지레 겁을 많이 먹는데 일부 아형을 제외하고는 적극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유방암은 국내 5위 암이며, 여성 암으로는 1위다(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다행히 정기검진이 활발해지고 진단ㆍ치료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유방암 5년 생존율은 91.3%(1기 96.6%, 2기 91.8%, 3기 75.8%, 4기 34%)로 높아졌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리면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 아형(subtype)에서만 ‘젊은’ 유방암의 예후가 좋지 않을 뿐이다.

‘유방암 치료 전문가’인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젊은 유방암 클리닉)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유방암은 대부분 나이가 치료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자신의 유방암 타입을 정확히 알아 적극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는데.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HER2(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2)라는 특정 유전자의 과잉 발현 여부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한다. ①호르몬 의존성 유방암(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으로 유방암의 65%를 차지한다. ②HER2 양성 유방암(호르몬 수용체 음성, HER2 양성)으로 유방암의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재발이 잘되고 예후도 그리 좋지 않다. ③삼중 음성 유방암(에스트로겐 수용체ㆍ프로게스테론 수용체ㆍHER2 등 3가지 수용체 모두 음성)으로 전체 유방암의 15%이며, 재발과 전이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보통 40세 미만 여성 가운데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드물다. 이 때문에 대부분 유방암 자각 증상이 나타나야 병원을 찾는다. 유방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40세 미만의 젊은 유방암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알려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40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아직까지 치료 표적이 없는 삼중 음성 유방암이 다른 연령대보다 많고, 암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비율이 좀 더 높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나이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지나.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HER2 양성 유방암과 삼중 음성 유방암은 나이에 따른 예후의 차이가 없다. 즉 젊은 유방암 환자라고 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예후가 나쁘지 않으며, 다른 연령대의 환자처럼 치료를 받으면 된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진행이 빨라 이전에는 다른 유방암보다 예후가 나쁘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HER2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항암ㆍ표적 치료를 함께하는 병합 요법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나이 많은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편이다.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항암ㆍ표적 치료를 견디기 힘들어 하다 보니 기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중 음성 유방암은 항암이 주요 치료법인데, 최근 HER2 양성 및 삼중 음성 유방암은 수술 전 항암 치료를 통해 암을 줄인 뒤(선행 항암 화학요법) 수술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호르몬 의존성 유방암일 때 30대 젊은 환자의 재발률이 1.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행히 최근 연구 및 데이터에 따르면 호르몬 의존성 유방암인 젊은 환자의 재발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은 유방암이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젊은 호르몬 의존성 유방암 환자에게 먹는 ‘항에스트로겐 제제(타목시펜)’와 ‘난소 기능 억제제(난소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것 자체를 억제)’ 주사제를 동시 처방하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수술할 때 미용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젊은 환자는 암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 후 가슴 모양도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많은 환자가 수술로 유방을 절제하면 가슴 모양이 수술 전과 달라진다는 것을 크게 걱정한다. 그러나 최근 조기 유방암은 물론 암이 진행됐더라도 유방 부분 절제술(유방 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유방을 모두 절제해도 유방을 즉시 재건하는 동시 복원술도 활발하다. 또한 암 위치에 상관없이 유두를 보존한 채 암을 절제해도 재발률이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당부할 말은.

“젊은 나이에 유방암에 걸리면 암 치료 외에도 임신 불안, 외모 변화, 어린 자녀와 본인 미래 등 걱정이 많아지고 좌절감마저 들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젊은 유방암 치료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보고 크게 낙심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치료율이 높고, 치료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많은 연구에서 유방암 진단 시 나이가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젊은 유방암 환자 가운데 임신ㆍ출산ㆍ탈모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자신의 유방암 타입을 정확히 이해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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