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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미중 '백신 외교전'... 美 "1억1000만회분 기부" vs 中 "20억회분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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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미중 '백신 외교전'... 美 "1억1000만회분 기부" vs 中 "20억회분 공급"

입력
2021.08.06 20:00
수정
2021.08.06 20:4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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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대한 자국 백신 보급 성과 부각
리더십 우위·국제사회 영향력 확대 꾀해
순수한 인도주의? "정치·외교적 이득 목적"
中 '물백신' 의심·美 부스터샷 논란 등 부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주요 2개국(G2)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백신 외교’ 경쟁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지구촌을 휩쓴 가운데, 미국이 최근 “1억1,000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각국에 기부했다”고 밝히자, 중국도 “20억 회분의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 대한 자국의 백신 보급 노력을 부각, ‘인도주의 리더십’ 우위를 점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다만 양국 모두 백신 외교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코로나19 백신 협력에 관한 국제포럼’ 제1차 회의 서면 연설에서 “올해 안에 중국은 전 세계에 20억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분배하기 위해 코백스(COVAXㆍ백신 공급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143억 원)를 기부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의 연설문을 대독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9월 이래 중국은 코로나19 백신이 긴급히 필요한 나라에 백신을 공급했고, 100개국 이상에 기부도 했다”며 “총 공급물량은 7억7,000만 회분을 초과해 세계 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 같은 대규모 백신 제공 계획 발표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행보를 의식하고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앞서 미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60여 개 국가에 백신 1억1,000만 회분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중요한 전환점을 찍었다. 이것은 세계 다른 나라들의 백신 기부 총량보다도 많다”고 자찬했다. 그러자 곧바로 중국이 ‘기부’는 아닐지라도 ‘20억’이라는 숫자로 자국의 백신 공급 노력을 띄우고 나선 것이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4일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사키 대변인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백신 추가 접종을 9월 말까지 중단해 달라"는 세계보건기구 요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4일 수도 워싱턴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사키 대변인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백신 추가 접종을 9월 말까지 중단해 달라"는 세계보건기구 요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하지만 미중 모두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라기보단, 자국의 정치적ㆍ외교적 이익을 챙기려는 속내가 엿보이는 탓이다. 중국은 6월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서방 40여 개국의 공동성명과 관련, 우크라이나를 향해 ‘성명에 참여하면 백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미국도 같은 달 대만에 250만 회분 백신을 기부했으나, 여기엔 ‘중국 견제’ 목적이 깔려 있는 게 명약관화했다.

게다가 두 나라의 백신 공급이 전 세계의 백신 불균형을 해소할지도 미지수다. 중국 백신(시노팜, 시노백)을 도입한 동남아시아와 남미, 중동 등에선 백신 접종 후에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의심은 여전하다. 특히 시노백은 ‘물백신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미국도 현재로선 자국 내 코로나19 급증을 막는 게 우선이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은 93%까지 치솟았다. “올해 가을 일일 확진자는 20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미 보건당국의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9월에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에선 “부국과 빈국 간 백신 공급 불균형 해결이 우선”이라며 선진국들의 ‘백신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기부 물량은 백신 불평등 현상을 극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백신을 신속히 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케이트 엘더 수석정책고문도 “단기적 백신 기부에 그칠 게 아니라, 백신 개발 기술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여러 곳에서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포괄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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