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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보다 값진 '벼랑 끝' 기적의 순간을 보셨나요?

입력
2021.08.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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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할 수 있다' 마법이 통하는 순간
심장 쫄깃해지는 단 1점 놓고 벌이는 명승부?
여자배구 한일전 짜릿한 대역전극...4강행 초석
일본 잡은 여자배드민턴 동메달 따내기도
핸드볼 극적인 동점...한국 8강행·일본 탈락

박상영이 지난달 30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결정전 중국과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역전승하며 포효하고 있다. 박상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에페 단체 8강전에서도 스위스에 역전승을 거두며 '할 수 있다' 마법을 이뤄냈다. 지바=연합뉴스

박상영이 지난달 30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단체 동메달결정전 중국과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역전승하며 포효하고 있다. 박상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에페 단체 8강전에서도 스위스에 역전승을 거두며 '할 수 있다' 마법을 이뤄냈다. 지바=연합뉴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2016년 6월 10일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 펜싱 강국인 헝가리의 제자 임레와 한국의 대표팀 막내 박상영이 맞붙었다. 2라운드가 끝난 스코어는 13-9로 박상영이 지고 있는 상황. 에페의 경우 동시타가 인정되는 등 박상영의 역전승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3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숨을 고르던 박상영은 혼잣말로 '할 수 있다' 주문을 걸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14-10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그는 연속으로 5득점을 해냈고, 천금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할 수 있다' 주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아무나 볼 수 없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팀은 '할 수 있다' 마법이 자주 통했다. 선수들의 집념과 노력, 그리고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듯이.

벼랑 끝,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적처럼 이겨낸 대한민국 대표팀. 심장이 쫄깃해지는 아찔한 명승부의 순간을 포착해봤다.


'보고도 믿지 못할' 배구 한일전의 대역전극

김연경(가운데)을 비롯한 여자 배구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결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가운데)을 비롯한 여자 배구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가 결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체 배구 경기 중계는 어디서 하는 겁니까?"

지난달 31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A조 조별리그 4차전 경기를 볼 수 있는 방송 채널을 알려달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축구와 야구 중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사인 한일전임에도 방송사들은 중계를 외면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 중계했을 뿐이다.

이날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한일전은 양국 선수들 모두에게 신경이 쓰이는 승부다. 더군다나 이번 승부가 8강전으로 가는 승부처의 길목이라면 중압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두 팀은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한국은 브라질에 1패를 당했지만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를 연이어 잡아 2승 1패였고, 일본은 1승 2패. 우리가 승리하면 8강 진출이 무난했지만, 일본이 승리한다면 두 팀 모두 2승 2패로 향후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었다.


김연경이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경이 지난달 31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우리는 배구 강국 세르비아와, 일본은 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를 남겨둔 상황.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면 우리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경기를 무조건 승리로 잡아야만 했다.

이날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국과 일본은 4세트까지 세트 스코어 2-2(25-19 19-25 25-22 15-25)로 접전을 펼쳤다.

이제 남은 건 15점으로 끝내는 마지막 5세트. 한국은 김연경이 센스 있는 공격 포인트를 이어갔지만, 일본의 주포 고가 사리나, 이시카와 마유, 구로고 아이가 만들어내는 공격에 쩔쩔맸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12-14로 일본이 매치포인트에 놓인 상황. 한국에 패색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끈질지게 몰아붙였다. 해결사로 박정아가 나섰다. 박정아의 스파이크가 연속으로 상대의 코트에 떨어졌다. 점수를 14-14 듀스로 만들었다.


박정아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밀어넣기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정아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밀어넣기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승리의 여신은 한국 편에 섰다. 일본의 공격 범실은 한국을 매치포인트에 안착시켰다. 결국 승부는 박정아의 손에서 끝났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2명의 일본 선수와 공을 서로 밀어내다 터치 아웃시킨 것. 결과는 16-14로 한국이 웃었다.

짜릿한 대역전극을 성공시킨 한국은 3승 1패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더불어 2012년 런던올림픽 3, 4위 전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던 한도 풀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무너졌다. 남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를 패하면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부담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 중국이 탈락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 진출이라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4일 오전 터키와의 8강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셔틀콕에 달린 운명의 한판 승부

김소영(오른쪽)-공희용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일본의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를 물리친 후 기쁨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김소영(오른쪽)-공희용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일본의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를 물리친 후 기쁨의 눈물을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한일전은 언제나 짜릿한 명승부를 펼친다.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8강전도 그랬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오갔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복식 8강전에서는 땀에 흠뻑 젖은 유니폼을 입고 사생결단을 보려는 네 명의 선수들이 마주보고 섰다.

세계랭킹 5위인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은 세계랭킹 2위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와 뜨거운 대결을 펼쳤다. 1세트를 가볍게 7점차로 따낸 한국은 2세트부터 일본에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일본 역시 2세트를 7점차로 가져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3세트에서도 일본의 공격은 무서웠다. 나가하라의 날카로운 공격이 살아나면서 한국은 3세트 중반까지 불안한 경기를 이어갔다. 양팀 모두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한국은 곧 위기를 맞았다. 일본이 1점만 따내면 승리하는 20점에 먼저 도달해 한국을 진땀빼게 만들었다. 18-20에서 한국은 두 점이나 만회해야 했다. 승산이 없어 보였다.


김소영(오른쪽)-공희용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를 상대로 득점하며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김소영(오른쪽)-공희용이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8강전에서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를 상대로 득점하며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공희용이 역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일본의 서브를 받고는 후위로 자리를 옮겨 마쓰모토에게 스매싱을 날렸다. 마쓰모토는 셔틀콕을 받아치며 수비를 했지만 라인 밖으로 나가버렸다.

점수는 19-20. 김소영이 서비스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셔틀곡을 살짝 띄워 보냈는데 마쓰모토는 이것을 또다시 라인 밖으로 보내고 말았다.

결국 20-20으로 듀스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쓰모토보다 컨디션이 좋아보였던 나가하라의 공격이 김소영과 공희용 사이를 뚫으며 성공했다. 일본은 21-20으로 다시 매치포인트에 놓였고 한 점만 남은 상태가 됐다.

한국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긴 랠리를 이어갔고 마쓰모토의 실수를 유도했다. 다시 21-21 동점. 이어진 한국의 서비스 이후 마쓰모토의 셔틀콕이 네트를 넘어오지 못하고 막히면서 22-21로 상황은 바뀌었다.


김소영(왼쪽) 공희용이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소영(왼쪽) 공희용이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일전답게 두 나라는 좀처럼 승부를 내지 못했다. 몇 차례나 매치포인트를 주고받았다. 막판에 한국이 승기를 잡았다. 후위에서 공희용이 연속적으로 강스매싱을 날렸고 이것이 통하며 27-26으로 매치포인트 상황이 됐다. 마쓰모토의 수비 범실이 나오면서 경기는 28-26으로 끝이 났다.

그순간 김소영과 공희용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코트에 누워 포효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일본을 꼭 잡겠다는 두 사람의 집념과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간절함이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일본을 잡은 김소영-공희용은 그 기세를 몰아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 복식조 이소희-신승찬(이상 27·인천국제공항)에 승리하며 끝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영식의 4-10 기적의 순간

정영식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 경기를 펼치다 득점을 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영식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 경기를 펼치다 득점을 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탁구 선수 정영식(29·미래에셋증권)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기의 순간, 마법 같은 기적이 그를 미소짓게 했다.

정영식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개인전 32강전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세계랭킹 13위인 그는 49위인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의 경기가 비교적 쉽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는 달랐다. 수비형 선수인 지오니스는 어쩐 일인지 경기를 리드했고 정영식은 끌려갔다. 1세트를 가져간 지오니스는 3세트도 승리해 가져갔다. 정영식은 4세트에서 10-10 듀스까지 갔지만 결국 10-12로 내주고 말았다. 세트 스코어 3-1로 뒤지고 있었다.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가 지난달 27일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한국의 정영식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세트 스코어 4-3으로 정영식이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AP 연합뉴스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가 지난달 27일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한국의 정영식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세트 스코어 4-3으로 정영식이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AP 연합뉴스

정영식은 5세트를 승리하지 않으면 탈락하는 위기에 몰렸다. 정신을 집중해야 했지만 5세트도 지오니스의 맹공이 이어졌다. 게임 스코어 4-10. 한 점만 더 내주면 세트 스코어 4-1로 마치는 벼랑 끝에 몰렸다.

정영식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각선으로 드라이브를 날린 뒤 들어오는 공을 네트에 붙여 짧게 넘겼다. 예상치 못한 정영식의 플레이에 지오니스는 당황해 공을 네트 너머로 넘기지 못했다. 게임 스코어 5-10 상황에서도 정영식은 과감한 백핸드를 선보였고, 지오니스의 공은 또 네트에 걸렸다.

그렇게 7-10까지 정영식이 따라붙자 그리스 코치는 1분의 '타임아웃'을 불렀다. 절체절명의 순간 정영식도 잠시 숨을 돌렸다. 그는 오상은 코치와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영식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 접전을 펼쳤다. AP 연합뉴스

정영식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그리스의 파나지오티스 지오니스와 접전을 펼쳤다. AP 연합뉴스

정영식은 이후 지오니스를 10점에 묶어 놓은 채 내리 6점을 따냈다. 10-10 듀스를 만들고 빠른 공 처리로 지오니스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12-10으로 역전승하며 기사회생했다. 이후 6세트와 7세트를 모두 이기면서 세트 스코어 4-3(7-11, 11-7, 8-11, 10-12, 12-10, 11-6, 14-12)으로 값진 승리를 엮어냈다.

그의 대역전 드라마는 그리스도 흔들어 놓은 모양이다. 당시 그리스 국영방송 ERT에서 한 스포츠 해설자는 정영식 선수에 대해 "그 작은 눈으로 공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AP통신 등 세계 각국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사자, 방송사는 이 해설자를 퇴출해버렸다.


'우생순' 경기 종료 10초 전 극적인 동점의 순간

2일 일본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핸드볼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앙골라의 경기에서 한국의 강은혜가 후반전 종료 10초 전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일 일본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핸드볼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앙골라의 경기에서 한국의 강은혜가 후반전 종료 10초 전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우생순' 하면 떠오르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눈물겨운 사투를 보여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은 아직도 영화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우생순'에 한번 더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무려 9년 만에 극적으로 올림픽 8강전에 올라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단 1점이 만든 최고의 순간이었다.

2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는 한국과 앙골라의 조별리그 A조 5차전 경기가 진행됐다. 우리 대표팀 성적은 1승 3패로, 8강전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조별리그 최종전인 앙골라와 경기에서 패하면 1승 4패로 무조건 짐을 싸야했다.


한국의 골키퍼 주희가 2일 일본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핸드볼 여자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앙골라의 경기에서 앙골라 선수의 골을 막기 위해 손과 발을 뻗고 있다. 주희는 종료 직전 앙골라의 회심을 골을 막아 31-31로 동점을 지켜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의 골키퍼 주희가 2일 일본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핸드볼 여자 A조 조별리그 한국과 앙골라의 경기에서 앙골라 선수의 골을 막기 위해 손과 발을 뻗고 있다. 주희는 종료 직전 앙골라의 회심을 골을 막아 31-31로 동점을 지켜냈다. 도쿄=연합뉴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한국팀에 손을 내밀었다. 한국은 전반전에서 16-17로 한 점 뒤진 채 경기를 마쳤다. 후반전은 시작하자마자 한 점을 먼저 추가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전 초반 한국은 앙골라를 2점 정도 유지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1승이 필요했던 앙골라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앙골라도 한국에 패하면 탈락 위기였다. 두 팀은 후반전 끝으로 갈수록 더욱 팽팽한 경기를 유지했다. 경기 종료 1분 전까지 31-30으로 한 점 리드하던 앙골라.

그러나 경기 종료 11초 전 두 팀의 운명은 갈렸다. 한국의 강은혜(25·부산시설공단)가 한 점을 만회해 31-31로 동점이 됐다. 앙골라는 추격을 늦추지 않았다. 곧바로 공을 우리 골대에 넣으려 시도했다. 한국의 골키퍼 주희(32·부산시설공단)는 끝까지 공을 막으며 동점을 지켰다. 주희의 선방이 빛나는 무승부를 이뤄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일본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핸드볼 여자 A조 조별리그 5차전 앙골라와 경기를 31-31 동점으로 마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 선수들이 2일 일본 도쿄의 요요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핸드볼 여자 A조 조별리그 5차전 앙골라와 경기를 31-31 동점으로 마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8강행 티켓은 일본과 노르웨이의 경기 결과로 결정되는 운명에 놓이기도 했다. 세계 최강 노르웨이가 일본을 누르면서 한국은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앙골라와 1승 1무 3패로 승점이 같았으나 골득실에 앞서며 턱걸이로 8강행 막차에 탑승한 것이다. 앙골라와 일본(1승 4패)은 각각 조 5, 6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 9번 참가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냈다. 최근 올림픽에선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동메달, 2012 런던올림픽은 4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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