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고에서 "훈련 강행 여부 심각히 고려해야"
남북 물밑 협의서 '한미훈련' 주의제로 협의한 듯
아직 이상 조짐 없어... 美 "한미가 훈련 결정" 강조
국가정보원이 3일 "한미연합군사훈련(한미훈련)을 강행할 경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중단 압박 담화로 한미훈련이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진전 여부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보당국은 훈련 강행에 따른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이다.
박지원 "훈련 유연 대응해야"... 사실상 중단 입장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ㆍ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한미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서도 "(남북)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중단하면 이에 상응하는 남북관계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훈련 연기·중단 입장 쪽으로 기운 발언이다.
국정원은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경우 북한의 고강도 대응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국정원이 한미훈련 일정을 미루지 않으면 북한이 군사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했다"며 "SLBM 발사를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고 했다. 2016년 8월 북극성-1형을 시작으로 SLBM 개발을 본격화한 북한은 2019년 10월 북극성-3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선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으로 표기된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선보였다.
김 부부장은 남북 통신선 복원 닷새만인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한미훈련 취소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국정원은 이에 "북한이 근본 문제로 규정한 한미훈련에 대한 (남측의)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통신선 복원 배경에 대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청"이라며 북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컸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게 아니라 양측이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한 결과"라며 다른 결의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보고를 종합하면 통신선 복원을 위한 남북 물밑접촉에서 한미훈련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고, 북측의 중단 압박도 거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비공개 협의에서 남측 채널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통신선 재가동이 남측의 훈련 취소 노력을 전제한 '조건부 합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훈련 중단·연기를 요구하는 일부 정부부처와 여권 주장에 박 원장이 동조하면서 여야 간 공방도 벌어졌다. 하 의원은 "국정원이 김여정의 하명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한 반면, 김 의원은 "박 원장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美 "한미가 훈련 여부 결정"... 北 영향 차단
아직 한미훈련 중단을 엿볼 수 있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 "어떤 결정도 한미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미의 군사적 행위는 북한의 요구에 영향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토니 블링컨 장관의 아세안지역안보회의(ARF) 참석 소식을 전하며 "아세안 회원국들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조치에 앞선 대북 유화 제스처는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편, 국정원은 최근 김 위원장의 뒤통수에 파스가 붙인 채 공개석상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며칠 만에 패치를 떼어냈고, 흉터도 없었다"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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