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렐린, 1988·92·96 올림픽 3연패, 13년 무패
로페즈, 2008·12·16 이어 도쿄에서 4연패 위업
1988 서울올림픽부터 1992 바르셀로나, 1996 애틀랜타까지 3연패를 달성한 러시아의 레슬링 영웅 알렉산더 카렐린(54).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2 런던, 2016 리우까지 역시 3연패 위업을 쓴 쿠바 레슬링 간판 미하인 로페즈(39).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레슬러인가는 팬들 사이에서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정답은 없다. 두 선수가 같은 시대에 활약하지 않아 직접 맞대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통해 간접적 평가만 가능할 뿐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올림픽 기록만 놓고 보면 로페즈가 카렐린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로페즈가 카렐린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로페즈는 지난 2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결승에서 이코비 카자이아(조지아)를 5-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레슬링 4연패는 여자 자유형의 이초 가오리(37·일본·2004~2016)에 이어 두 번째고 남자 선수로는 처음이다.
로페즈는 39세로 레슬러치고 '환갑'의 나이지만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16강부터 결승까지 4경기에서 24점을 따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로페즈는 "세계 최고가 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 BBC는 "로페즈는 올림픽 레슬링 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라고 전했다.
올림픽 4연패 신화를 로페즈에게 양보했지만 카렐린 역시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1987년 이후 13년 동안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적의 선수였다. 주요 대회 때마다 카렐린의 벽에 부딪혀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매트 가파리(미국)는 "카렐린을 이기려면 고릴라에게 레슬링을 가르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도 카렐린을 보며 "그가 복싱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지구 최강의 영장류'라고 불렸던 카렐린도 인간이었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결승에서 미국의 무명 럴런 가드너와 연장 접전 끝에 0-1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카렐린은 13년 동안 이어온 연승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고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무위로 돌아갔다. 또 결승에서 1점을 허용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이어져 온 무실점 기록도 깨졌다.
카렐린은 시드니올림픽 결승전 패배 후 은퇴했다. 그리고 영하 20~30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기 일쑤인 고향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국경수비대 현역 중장으로 근무하고 러시아 하원의원도 겸하며 매트 밖에서도 성공적인 인생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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