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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기업 줄고, 죽지 않는 기업은 늘고… 위태로운 '다이내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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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기업 줄고, 죽지 않는 기업은 늘고… 위태로운 '다이내믹 코리아'

입력
2021.08.0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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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생률, 10년 새 17.9→15.3%로 감소
소멸률도 13.0→11.1%로 낮아져?
"혁신 줄고, 한계기업은 연명… 성장잠재력 저해"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내 한 중소기업 공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내 한 중소기업 공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 코로나19 충격이 몰아닥친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5,871곳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 비중은 역대 최고인 34.5%에 달했다. 하지만 "건강한 구조조정이 막혀 있다"는 학계의 우려에도 불구, 이들 대부분은 정부의 대출만기·이자 유예 조치로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다이내믹 코리아'의 활력을 유지할 기업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규 고용이 활발한 신생기업 탄생은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도태돼야 할 좀비기업은 좀처럼 죽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결국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감소해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두고 사회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겨나는 기업도, 사라지는 기업도 감소

2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한국 산업 역동성 진단과 미래 성장기반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새로 생겨난 기업의 비율을 뜻하는 '신생률'은 2007년 17.9%에서 2019년 15.3%로 감소했다. 국내 기업 중 사라진 기업을 의미하는 '소멸률' 역시 2007년 13.0%에서 2018년 11.1%로 낮아졌다.

이처럼 기업 신생률과 소멸률이 지난 10여 년 사이 동시에 줄었다는 건, 국내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 국가의 산업계도 생물과 같이 새 살(신생기업), 죽은 살(한계기업)이 적절히 교체돼야 탄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1~2015년 사이 한국 기업의 신생률과 소멸률을 합친 '교체율'(연평균 25.0%)은 독일(53.8%), 미국(46.9%) 등 선진국보다 크게 뒤졌다.

특히 신생률 하락 현상은 첨단기술기업과 규모가 큰 기업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전자, 의료기기 등 '고위기술' 제조업의 신생률은 2011년 11.9%에서 2019년 7.7%로 줄었고, 정보통신 등 서비스업 고부가 업종 신생률도 같은 기간 20.7%에서 17.1%로 뚝 떨어졌다. SGI는 "최근 서비스업 창업이 영세업종에 치우치면서 직원 10인 미만 업체의 신생률은 유지되고 있는 반면, 10인 이상은 2011년 6.6%이던 신생률이 2019년 5.3%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신생률과 소멸률 추이.

국내 기업 신생률과 소멸률 추이.


활력 잃은 경제엔 "장기 악순환" 우려

이 같은 역동성 저하는 창업 후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성장사다리도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 기업 중 3년간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넘는 '고성장기업' 비율은 2009년 13.1%에서 2019년 8.6%로 크게 떨어졌다.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신생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규모에서 한국(지난해 기준 11개)이 미국(242개)과 중국(119개)에 크게 뒤지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산업이 역동성을 잃으면, 장기적인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기업 간 기술경쟁이 약해지고 한계기업이 늘수록 성장잠재력이 낮아지고 △창업 초기 활발하기 마련인 신규 고용을 줄이며 △결국엔 제한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

김천구 대한상의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의 창업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기존 기업의 사업 재편과 혁신 역량을 강화해 산업 생태계에 '창조적 파괴'를 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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