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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메달 휩쓴 나이키의 '마법 신발'…기술 도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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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메달 휩쓴 나이키의 '마법 신발'…기술 도핑인가

입력
2021.08.02 16:41
수정
2021.08.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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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마르셀 제이콥스(오른쪽)가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8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왼쪽은 은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프레디 컬리. 두 선수 모두 나이키의 '줌X 드래건 플라이' 스파이크를 신고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마르셀 제이콥스(오른쪽)가 1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8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왼쪽은 은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프레디 컬리. 두 선수 모두 나이키의 '줌X 드래건 플라이' 스파이크를 신고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지난 1일 일본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마르셀 제이콥스(이탈리아)와 은메달의 프레디 컬리(미국)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2명 모두 ‘마법 신발’로 불리는 나이키사의 ‘줌X 드래건 플라이’ 스파이크를 신고 있었다.

앞서 여자 100m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레인 톰프슨(자메이카)과 남자 1만m 금ㆍ은ㆍ동메달 리스트인 셀레몬 바레가(에티오피아), 조슈아 체프테게이, 제이콥 킵리모(이상 우간다)도 ‘마법 신발’을 신었다.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이 시작되자마자 ‘마법 신발’이 상위권을 휩쓸면서 기술도핑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나이키는 운동화의 밑창과 깔창 사이의 중창을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으로 만든 고탄성 폼으로 제작했다. 기존 운동화 중창 소재는 지면을 밟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60%를 되돌려준다. 이 고탄성 폼은 이를 85%까지 늘렸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발바닥 중간(미들 풋)이 바닥에 닿으면서 가속을 하는데 나이키는 이 점을 감안해 미들 풋이 바닥에 닿는 순간 힘이 극대화되도록 창 중간에 뻣뻣한 탄소 섬유판을 끼웠다. 탄소섬유판은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밑창은 두꺼워졌지만 무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화 무게는 그대로이면서 탄성이 올라간 것이다.

이 기술은 단거리용 스파이크인 ‘줌X 드래건 플라이’뿐만 아니라 중장거리화인 ‘줌X 베이퍼 플라이’에도 적용됐다.

사실 스파이크보다 중장거리화가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나이키의 중장거리화는 ‘베이퍼 플라이 4%’ 이름으로 2016년 출시됐다. 4%는 기록을 4% 끌어올려준다는 의미다. 1시간 달리면 2분이 단축되는 셈이다. 지난해 5,000m, 1만m 세계기록을 세운 체프테게이, 최근 여자 중장거리 슈퍼 스타로 떠오른 시판 하산(네덜란드)도 이걸 신는다.

케냐의 마라톤 선수인 엘리우드 킵초게가 마의 2시간 벽을 허문 후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 중장거리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나이키 홈페이지

케냐의 마라톤 선수인 엘리우드 킵초게가 마의 2시간 벽을 허문 후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 중장거리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나이키 홈페이지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엘리우드 킵초게(케냐)가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2시간 벽을 깼다. 7명의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긴 했지만 당시 킵초게는 “내리막을 달리는 것 같았다”며 ‘베이퍼 플라이’의 성능을 극찬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2019년 도쿄 마라톤과 보스턴 마라톤에서 입상자 6명 중 5명이, 같은 해 런던 마라톤에서는 입상자 6명이 모두 베이퍼 플라이를 착용했다.

이처럼 나이키의 성공 이후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다른 제조사들도 잇따라 탄성소재와 탄소섬유판을 적용한 운동화 개발에 뛰어들었다.

스포츠 용품사의 기술 경쟁이 결국 기록을 좌우한다는 ‘기술도핑’ 비판이 나오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규제에 나섰다. IAAF는 스파이크의 경우 800m 미만 단거리는 밑창 두께를 20㎜ 이하로, 800m 이상 중장거리는 25㎜ 이하로 규제하는 안을 발표했다. 도로용 운동화의 경우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탄소섬유판은 1장만 넣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자 나이키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규정보다 불과 0.5㎜가 낮은 신제품을 내놓으며 제한을 비켜갔다.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금·은을 따낸 제이콥스와 컬리 등은 모두 규정에 부합하는 나이키 스파이크를 신었다.

기술도핑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과거 부력을 올려주는 전신 수영복을 금지한 것처럼 베이퍼 플라이도 기술도핑으로 규정해 못 쓰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기록 단축을 위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규정을 지키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는 반대 의견도 적잖다. 킵초게는 “나는 열심히 훈련하고, 기술의 도움도 받는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스포츠 선수도 기술과 발을 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혁신 제품 사용을 옹호했다.

이제 나이키가 쏘아 올린 기술도핑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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