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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축하해" 눈물의 동메달…잔인했던 '자매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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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축하해" 눈물의 동메달…잔인했던 '자매 대결'

입력
2021.08.02 16:29
수정
2021.08.02 16:3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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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 이소희-신승찬과 김소영-공희용 경기.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포옹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 이소희-신승찬과 김소영-공희용 경기.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포옹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네트를 두고 잔인한 대결을 펼친 4명의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부둥켜안았다. 메달을 가져간 김소영(29ㆍ인천국제공항)-공희용(25ㆍ전북은행)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소희-신승찬(이상 27ㆍ인천국제공항)도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세계랭킹 5위 김소영-공희용은 2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을 2-0(21-10 21-17)으로 꺾고 '코리안 더비'를 승리했다. 김소영-공희용은 1게임에서 11점 차 대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2게임에서는 접전 끝에 19-16에서 김소영-공희용이 김소영의 스매시로 매치포인트를 잡아냈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두 팀은 결승전에서 만날 수도 있었다. 앞서 김소영-공희용은 8강 한일전에서 세계랭킹 2위 마쓰모토 마유-나가하라 와카나(일본)를 극적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이소희-신승찬도 세계랭킹 17위 셀레나 픽-셰릴 세이넨(네덜란드)을 2-0(21-8 21-17)으로 완파했다. 두 팀 모두 4강에서 승리했다면 금메달 결정전이 꿈의 한국 맞대결로 성사될 수 있었지만 아쉽게 모두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 배드민턴, 한국 선수단으로선 누가 이겨도 되지만 동고동락한 친자매 같은 이들에겐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김소영-공희용이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일 일본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복식 시상식에서 김소영-공희용이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눈시울이 벌개진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맏언니 김소영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미안하다'고 했다. 소희와 승찬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어떤 마음일지 잘 알아서 미안하고 수고했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이소희와 신승찬은 그런 김소영에게 "고생했어요. 언니"라며 축하해줬다.

이소희는 "서로 너무 열심히 준비한 것을 안다. 결승에서 만나면 좋았을 텐데, 동메달 하나를 놓고 겨루는 게 잔인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소희는 오히려 김소영-공희용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소희는 "김소영-공희용 조가 동메달을 따서 누구보다 좋았을 텐데 표출도 못 하고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해줬다"고 밝혔다.

신승찬은 짝꿍인 이소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신승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복식 동메달을 땄기 때문에 4명 중 올림픽 메달이 없는 건 이제 이소희뿐이다. 신승찬은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값진 경험인데 소희에게 메달을 못 안겨줘서 미안하다"며 "소희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과정을 제가 옆에서 지켜봐 왔고 잘 알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과 감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영은 "오늘 아침도 같이 먹고 나왔다. 늘 하던 대로"라며 "경기 이야기는 안 했다. 어제는 '서로 이게 뭐냐. 금ㆍ은도 아니고 동메달 결정전이냐'라는 말을 한 번 했지만, 그 이후에는 경기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안 했다"고 밝혔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동메달 1개로 마감했다.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 결정전 맞대결을 벌인 것은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하태권-김동문(금메달), 이동수-유용성(은메달) 이후 처음이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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