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끝까지 침착했던 안산의 금메달, 한국 올림픽 역사를 바꿨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끝까지 침착했던 안산의 금메달, 한국 올림픽 역사를 바꿨다

입력
2021.07.30 19:07
수정
2021.07.30 19:40
1면
0 0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쾌거
준결승 이어 결승도 '슛오프 역전극'
마지막 한 발까지 침착 유지했지만
결국 "심장이 터질 것 같다"며 눈물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9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오시포바와의 결승에서 승리한 뒤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9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오시포바와의 결승에서 승리한 뒤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정말 너무 기뻐요."

안산(20·광주여대)은 끝까지 침착했다. 메달을 결정짓는 마지막 활시위를 당길 때도 긴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강철 심장의 그도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을 걸고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취재진을 향해 걸어나올 때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세트 점수 6-5(28-28 30-29 27-28 27-29 29-27 10-8)로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마지막까지 침착한 미소를 유지하며 준결승 때와 같은 슛오프 역전극을 다시 한번 만들었다.

한국 하계 올림픽 사상, 그리고 세계 양궁 역사상 처음으로 3관왕이 되는 도전이라 부담될 법도 했다. 하지만 안산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국내 일부 누리꾼들이 억지스러운 여혐 공격을 가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에도 그의 심박수는 90bpm에서 100bpm 초반을 오갔다. 성인이 움직임이 없는 휴식시간의 심장박동수가 60~100bpm이다.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었다. 안산은 "일부러 더 밝게 했다. 생각보다 시합도 재밌었다"고 했다. 손에 땀을 쥐는 것은 오히려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몫이었다.

결승전에서 안산은 1세트 첫발을 8점에 맞히며 힘들게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 연이어 10점을 쏘며 1세트를 동점으로 막아냈고, 2세트에 10점 3개를 쏘며 먼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왔다. 오시포바가 3, 4세트를 가져가며 안산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안산은 5세트를 1점 차로 이기며 승부를 슛오프로 끌고 갔고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맞히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안산은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에 10점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기뻤다"고 돌아봤다.

안산의 침착함은 끝없는 훈련의 결과였다. 안산은 "저는 심장이 빨리 뛴다고 생각했는데,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계속해서 저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쫄지 말고 대충 쏴' 이렇게 속으로 말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경기가 끝나면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안산은 참았다가 뒤늦게 긴장한다"고 했다.

안산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 개의 역사를 썼다. 우선 한 선수가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을 3개나 획득한 것은 한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 양궁 역사에서도 처음이다. 또 안산은 양궁 대회 첫날 랭킹라운드에서 총점 680점을 쏘며 25년 만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24일 혼성전 첫 금메달과 이튿날 '여자양궁 단체전 9연패' 대기록도 강심장 안산이 있기에 가능했다.

기자회견에서 안산은 "목표했던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영광스럽게 금메달 3개를 가져갈 수 있어서 감동적이다. 앞으로 시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저를 가르쳐 주신 지도자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께 (영광을) 다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며 "언니들이 크게 응원해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채순 총감독은 여혐 공격 이슈와 관련해 기자회견장까지 따라와 "경기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이를 모르는 한 외신기자가 질문을 했지만 안산은 "경기 외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더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산은 기자회견 이후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도쿄 최동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