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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망은 연결했지만... '다음 스텝' 뾰족 수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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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연락망은 연결했지만... '다음 스텝' 뾰족 수 없는 정부

입력
2021.07.29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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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7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 모습. 뉴스1

지난해 6월 17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 모습. 뉴스1

문재인 정부가 1년 넘게 단절된 남북 소통 창구를 복원하고도 ‘신중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 공을 들여온 현 정부 성향을 감안하면 통신선 복구는 확실한 ‘성과’라 할 수 있지만, 으레 뒤따르기 마련인 당국ㆍ정상회담 같은 확장된 후속 조치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부의 고민은 대화 기반만 겨우 마련했을 뿐, 관계 개선의 선순환을 담보하는 ‘다음 단계’에 대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감염병 위기로 북한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정상회담+톱다운(하향식)’이란 기존 협상 방정식으로는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의 모멘텀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부 안에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8일 “남북 간 실무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때까지 ‘로키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해도 성과도, 실행도 어려워"

통신선 복구 이틀째인 이날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오전ㆍ오후 두 차례 통화를 마치는 등 연락 체계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반응은 신중, 조심 일색이다. 이날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로이터 통신) 보도가 나오자마자 청와대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을 뿐,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남북 간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남북관계에서 소통 채널 복원은 당국 회담으로 이어지는 게 관례였다. 통신선을 다시 연결한다는 것은 양측이 얼굴을 맞대야 할 얘깃거리가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국회담을 먼저 연 뒤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교류에서 출발해 정상회담으로 가는 수순을 밟았다. 하물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중시한 문재인 정부로선 추가 정상회담을 충분히 기대할 법하지만, 일제히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인사들은 북한을 유인할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양측의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코로나19로 북한도 우리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무언가 합의를 해도 실행 방법이 여의치 않다”며 “당분간은 정상끼리 만나 담판을 짓기보다 보텀업(상향식) 방식을 지향하며 (대화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경제협력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막혀 우회로를 찾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 소식통은 “지금 당장 회담을 해도 북한에 줄 ‘물건’이 별로 없다”고 표현했다.

'연락사무소 폭파·한미훈련' 난관 넘어야

물론 청와대가 전날 “남북 정상이 수차례 친서를 주고 받았다”고 공개한 만큼, 통신선 복구 논의 과정에서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후속 조치를 놓고 정부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상회담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건은 내달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이다. 한미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사실상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고, 이런 방침을 통신선 복원 협상에서도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에 맞춰 한미훈련도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실제 훈련 규모와 수위를 본 뒤 정상회담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연락사무소와 한미훈련 문제에 전향적 태도로 돌아서면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가 본격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영빈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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