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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결 받은 장애인 학대, 넷 중 하나는 노동력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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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결 받은 장애인 학대, 넷 중 하나는 노동력 착취

입력
2021.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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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0년 '장애인 학대사건 판례집'
확정판결 67건 중 34건이 경제적 착취
이 중 절반은 지적·발달장애인 노동력 착취

2008년경부터 섬에서 염전노예로 일하다가 5년 2개월 만에 경찰에게 구출된 지적장애인 채모씨가 당시 섬에서 생활하던 모습. 구로경찰서 제공

2008년경부터 섬에서 염전노예로 일하다가 5년 2개월 만에 경찰에게 구출된 지적장애인 채모씨가 당시 섬에서 생활하던 모습. 구로경찰서 제공

최근 3년간 유죄가 확정된 장애인 학대 사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노동력 착취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28일 발간한 '장애인 학대사건 판례집'에 따르면 기관에서 피해 장애인을 지원한 학대 사건 중 2017~2020년 확정 판결이 난 67건의 범죄 유형을 분석한 결과, 34건이 경제적 착취였고 그중 절반가량인 16건은 노동력 착취였다. 전체 판결 건수 대비로는 24%였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착취, 유기, 방임으로 구분되며, 노동력 착취는 경제적 착취에 포함된다.

판례집에 수록된 노동력 착취 피해자는 모두 상황 판단에 미숙한 발달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이었다. 2019년 광주고등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와 B씨 부부는 피해자 C씨가 지적장애로 자기 이름과 가족,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점 등을 악용해 자신들 소유의 농기계 보관창고에서 일을 시켰다. 이들 부부가 범행 기간인 2000~2017년 C씨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총 1억8,000여만 원에 달했다.

장애인 노동력을 착취한 이들은 피해자의 연금이나 기초급여까지 가로채는 경우가 많았다. A씨 역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C씨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받아 범행 기간 내내 피해자 명의로 장애인연금, 주거급여, 생계급여 등을 입금받았다. A씨는 이 돈을 보관하면서 임의로 인출해 쓰거나 상수도·전기요금을 내는 등 총 1억7,000여만 원을 횡령했다.

경제적 착취엔 명의 도용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적장애 피해자의 외숙모이자 신용불량자였던 D씨는 2013년 허위 서류로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자 본인인 것처럼 콜센터 상담원을 속이기도 했다. D씨는 발급받은 카드로 5년간 총 2억여 원의 물품을 구입하면서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재산상에 실질적 피해가 없었다면서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는 대개 폐쇄적인 환경에서 장기간 일어나기 때문에 외부 개입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발달장애인 피해자에게는 민사소송 지원, 후견 개시 등 다양한 법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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