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서 세계 1위 판전둥에 막혀 4강행 실패
“단체전서 메달로 보답하고 싶다”
한국 남자탁구 간판 정영식(29)이 남자 단식 경기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도쿄 대회에서도 만리장성 벽을 넘지 못했다. 호랑이 굴인 중국리그까지 합류하며 중국전을 대비해왔던 정영식으로선 안타까운 승부였다.
정영식은 28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탁구 단식 8강에서 세계 1위 판전둥(24·중국)에게 0-4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세트에서 10-8로 세트포인트를 만들고도 듀스를 허용한 뒤 10-12로 내준 게 패인이 됐다. 정영식은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게 아쉽다. 상대가 실력이 강한 선수여서 1세트를 이기고 가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1, 2세트 이후에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실력이 조금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8강에 오르며 중국에서도 독보적인 판전둥을 상대한 것만으로도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세운 경기였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5년을 준비한 정영식에는 안타까운 패배다.
정영식은 2016 리우 대회 당시 세계 1위 마롱(32ㆍ중국)을 단식 16강에서 만났다. 마롱은 셰이크핸드 전형이지만 과거 한국 탁구를 이끈 유남규ㆍ김택수 등 펜홀더 선수 못지않은 강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바탕으로 약점 없는 완벽한 기술을 구사해 중국 탁구 역사에 남을 선수였다. 정영식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ㆍ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내 탁구 1인자였지만, 항시 세계 최강 중국에 무너져 마롱에게 전력을 쏟았다. 2세트를 먼저 따내면서 중국 탁구를 침몰 위기까지 몰았다. 손쉬운 금메달을 예측한 류궈량 중국 감독이 당황한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24세 정영식은 여기까지였다. 마롱의 노련함을 이기지 못했고, 나머지 세트를 모두 내주며 2-4로 역전패했다. 정영식이 지배한 경기여서 관중들 또한 아쉬움을 자아냈고, 마롱도 경기 뒤 이례적으로 “초조한 경기를 했다. 정영식은 잠재력이 커 앞으로 중국을 위협할 상대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경기로 정영식은 4년 뒤 도쿄 대회에서 메달권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정영식은 대회를 마친 뒤 중국 탁구의 두려움을 없앤다며 2016년 10월부터 3개월간 임대선수 신분으로 중국슈러리그(상하이팀 소속)에서 활동했고, 일본 프로무대인 T리그에도 진출해 경험을 쌓으며 도쿄 대회를 준비했다. 손목부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9년 7월 부산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8강에서 판전둥을 4-2로 물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도쿄 대회 개최가 불투명해졌고, 정영식은 병역 이행을 위해 입대(국군체육부대)한다. 연습벌레라는 별명처럼 많은 훈련량으로 부족한 재능을 극복해온 정영식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국제대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아 실전경험을 쌓기도 어려웠다.
정영식은 올해 3월 전역했지만 군 복무 후유증 탓인지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후배들에게 밀리며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추천선수 제도를 통해 대표팀행 막차를 탔다. 당시 정영식을 선발한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국 도쿄에서 정영식만이 홀로 8강에 올라 논란을 잠재웠다.
정영식은 준결승 탈락 아쉬움을 접고, 남자 단체전에서 중국전에 재도전한다. 그는 “단체전에서도 동료 선수들과 힘을 합쳐,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메달로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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