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리마켓'의 송하슬람 셰프 인터뷰
코로나19가 불러온 '집밥의 시대'. 식당은 한산해도 반찬 가게는 북적인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마마리마켓'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어도 찾아갈 만한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아주머니 손맛이 좋은가 보다 짐작했다면 오산이다. 마마리마켓은 스페인에서 요리 유학을 한 송하슬람(32) 셰프가 운영한다. 전도유망한 청년 셰프가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을 마다하고 5년째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연유는 뭘까.
송 셰프는 27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식재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매번 하던 대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매일 먹는 반찬이 이런 평소 생각을 실현하기에 적합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마마리마켓 메뉴에서는 그의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전체 메뉴 중 10% 정도는 무생채에 허브를 넣는다거나 김치볶음밥에 바질 페스토가 들어가는 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다. 낙지젓갈 볶음밥도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그는 20대 때 스페인 식당에서 약 4년간 일했다. 특히 미식 도시인 산세바스티안에 위치한 미슐랭 식당, 수베로아(Zuberoa)에서 스타지(무급 견습)로 일한 경험은 셰프로서 큰 자산이다.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 "식재료를 손질할 때부터 달라요. 단순히 신선도를 고려하는 수준이 아니거든요. 생선을 예로 들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썰리지 않으면 그걸 안 써요. 채소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색 접시를 쓸지, 어떤 모양으로 담을지, 심지어 손님이 앉았을 때 처음 느끼는 테이블보의 감촉까지 고려하죠."
마마리마켓은 가급적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시판되는 장류가 아닌 직접 담근 장류를 쓴다. 반찬 대부분은 송 셰프의 고향인 충북 옥천에서 직접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만든다. 그는 "내가 내고 싶은 맛을 내기 위해서"라며 "특히 나물은 계절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는 섬세한 요리라 반드시 직접 담근 장을 쓴다"고 말했다.
파인다이닝과 다른 반찬 가게만의 어려움도 있다. 음식을 나중에 데워 먹어야 하는 특성상 최상의 맛을 전할 수 없다는 건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다. "갓 만든 요리의 맛이 100점이라면 데운 맛은 50점 정도로 떨어지거든요.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 가장 아쉬운 점이죠." 반찬에 질리지 않도록 거의 매주 신 메뉴를 개발해야 하는 것도 끝이 없는 숙제다. 그래도 한 지역에서 오래 반찬 가게를 하는 일은 "유모차 타고 오던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 먹을 반찬을 골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반찬 가게를 시작으로 한국의 식문화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일종의 "한식 타파스 식당을 열고 싶다"고 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맛있는 곳에서 먹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비싼 돈을 내고 식당에 가서 먹기는 문턱이 높고요. 고기 한 점, 채소 한 점이라도 누구나 쉽게 잘 조리된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식문화도 지금보다 좀 더 발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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