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가운데 도쿄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상대와의 승부만이 아니라 폭염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까지 강요당하는 ‘서바이벌 게임’ 양상이다. 더위에 쓰러지거나 코로나19 확진으로 기권하는 일이 속출하면서 메달 획득에 경기력뿐 아니라 운도 크게 작용하는 올림픽이 된 것이다.
여자 양궁 경기에 나선 러시아의 스페틀라나 곰뵈바 선수는 지난 23일 라운드를 끝내고 최종 점수를 확인하던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스태프 및 의료진 도움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들것에 실려나간 이 선수는 나중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머리가 매우 아프지만 괜찮다”며 회복했다고 밝혔다.
노바크 조코비치와 다닐 메드베데프 등 유명 테니스 선수들은 폭염 속에 경기하기가 힘들다며, 시간대를 옮겨달라고 호소했다. 국제테니스연맹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더위 지수’가 기준을 초과하면 2, 3세트 사이에 10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쿄올림픽 특별 규정을 만들었다.
테니스뿐 아니라 야외 경기장에선 관계자들이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쉬지 않고 얼음을 나르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 환경성은 며칠 전부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하고 일반인은 야외에서 운동하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얼음 조끼 착용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견디고 있다.
코로나19는 폭염보다 더 큰 변수다. 감염으로 기권하는 선수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인 욘 람(스페인)과 6위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출발 전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돼 도쿄에 오지 못하게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매일 관계자 등 20명 전후의 확진 사실을 발표하고 있는데, 선수들 사이에서도 매일 한두 명씩 양성으로 판명돼 출전을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칠레 태권도 여자 대표였으나 입국 후 감염이 확인돼 기권한 페르난다 아귀레 선수를 인터뷰했다. 이 선수는 현재 호텔에서 격리돼 라이벌들의 경기를 보고 있다며 속타는 심정을 밝혔다.
일본 전역에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5일 하루 동안 5,020명 확인되는 등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도(都)에서는 같은 날 1,763명이 확진돼 일요일 기준 1월 17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6일 도쿄도에서 최고 기온 32도를 기록한 무더위는 다음날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 8호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할 전망이다. 태풍의 영향으로 조정, 서핑, 양궁 종목의 일정이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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