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은 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해 ‘식사 독립’을 이어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지속된 선수단 지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선수촌 식당 내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 결정에 급식이 도시락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일부 일본 매체에선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7일 “(선수촌에 공급하는)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는 자민당 외교부회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 의원의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런 일본 내 분위기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21세기 들어 거의 모든 대회에 한국 선수를 위한 급식소를 차려왔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일본 선수단도 한국에 별도의 급식소를 차렸기에 그저 딴지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팀 급식 지원을 총괄하는 정년구 선수촌 운영부장은 25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이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은 건 당연지사”라며 “선수촌에서 식사하면 선수들로서도 좋지만, 선수단 건강과 전력 유지를 위한 급식 지원”이라고 했다.
일본 매체 등의 비판 내용과 달리 한국 선수단은 선수촌에서 한 끼 이상 식사를 하고, 선수촌 식단을 존중한다. 정 부장은 “모든 선수가 모든 끼니를 우리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다”라며 “1인당 하루 2끼까지만 지원하기로 했고,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하루 한 끼 이상은 먹는다”고 했다. 이는 선수촌 조리사들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정 부장은 “선수촌에 입촌해서 식당은 한 번도 안 간다면 그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거라고 봤다”고 했다.
정 부장은 “이번 올림픽은 조리 스태프들에게 역대 가장 힘든 대회”라며 혀를 내둘렀다. 2019년 2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대회가 미뤄졌고 설상가상으로 대회 직전까지 답사 한 번 오지 못 한 게 가장 답답했다고 한다. 총 24명의 조리 스태프 가운데 5명이 7월 10일 가장 먼저 일본에 입국해 시설과 식자재 등을 살폈고, 15일에 7명, 17일 12명이 차례로 입국해 선수단을 맞았다. 오전 4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준비해 6시 30분에 조식, 10시 30분에 중식, 오후 4시 30분에 석식을 배달하면 하루 임무가 마무리된다.
가장 답답한 건 격리다. 조리 스태프들은 선수촌과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지바시 우라야스시 헨나 호텔을 통째로 빌려 사용하는데, 이 건물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정 부장은 “모든 스태프가 객실과 1층 식당까지만 왔다 갔다 한다”며 “좁은 주차장을 운동장 삼아 수십 바퀴씩 돌면서 체력 관리를 한다”고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낸 활동계획서대로 움직여야 하는 데다,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 결과가 나오면 선수단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정 부장 설명이다. 스태프들도 조리복 팔에 달린 태극 마크의 가치를 무겁게 여긴단 얘기다.
사전 수요조사대로라면 조리 스태프들은 이곳에서 대회 기간 동안 약 8,500인분의 도시락을 싼다. 대회가 본격 시작한 요즘 하루에 400~500인분이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특히 경기 시작 전까지 체중 감량이 필요한 태권도나 유도, 복싱 등 체급종목 선수들에겐 품이 더 많이 드는 전복죽, 소고기죽, 야채죽을 제공하거나 과일을 제공한다.
최근엔 사격 진종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밥은 잘 먹고 다닌다”며 도시락 사진을 게시하자, 양질의 식단을 제공하는 조리 스태프들을 향한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정 부장은 “한 끼에 7가지 이상의 반찬과 국, 때로는 미숫가루도 전한다”며 “배구 김연경이나 탁구 신유빈 등 선수들이 수시로 고맙다고 연락을 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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