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표팀, 올림픽기록 넘어서며 나란히 1~3위
‘올림픽 신기록’?안산 “내일도 지켜봐 줘” 자신감?
김제덕 “자신 있게 팡팡 쐈다… 목표는 금 3개”
'활의 노래'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압도적이었다. 도쿄만에서 불어오는 종잡을 수 없는 바닷바람도 태극 궁사의 화살을 이기진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기존 올림픽 기록을 나란히 뛰어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자 대표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과 남자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은 자신의 선배들은 물론 전 세계 쟁쟁한 베테랑들을 물리치고 랭킹라운드 1위에 올랐다. 안산과 김제덕은 24일 혼성전에 출전, 한국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안산은 23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72발 합계 680점을 쏴 출전선수 64명 중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생애 처음 선 올림픽 무대였지만 안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바닷가 특유의 햇볕이 오전부터 따가웠다. 유독 한국 대표팀 사로 근처에는 외신 기자들이 몰려있었다. 하지만 안산은 무심히 활시위를 당겼다. 72개의 화살 중 절반인 36개를 10점 과녁에 명중시켰다. 합계 680점으로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리나 헤라시멘코(우크라이나)가 세운 기록 673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안산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더 기쁘다”고 덤덤히 소감을 밝혔다.
장민희(22·인천대), 강채영(25·현대모비스)의 실력도 압도적이었다. 장민희가 677점, 강채영이 675점으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신기록의 자리는 안산에게 내줬지만 모두 기존 올림픽기록을 넘긴 점수다.
남자 대표팀도 여유롭게 랭킹라운드를 마쳤다. 전반전이 끝난 오후 2시쯤 함께 모여 샌드위치를 나눠먹는 대표팀의 모습에선 올림픽의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막내 김제덕은 첫 올림픽에서도 패기가 넘쳤다. 미국 브레디 엘리슨의 막판 추격이 매서웠지만 마지막 6발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았다. 합계 688점으로 다른 선배들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김제덕은 “바람이 어제 연습했던 것보다 더 불어서, 과감하게 쏘자는 생각으로 팡팡 쐈다. 빗나가도 9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단 목표는 금메달 3개”라며 “남자 단체전 메달이 가장 욕심난다”고 말했다.
어깨 부상을 딛고 9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은 합계 681점으로 3위에 올랐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 못 나간 이후 계속 2020 올림픽을 생각했다. 대표팀에서 못했던 것을 소속팀에서 시도해보며, 활을 오래 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저 자신에게 후회 없는, 속이 후련한, 미련이 남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진(29·청주시청)은 합계 680점 4위로 랭킹라운드를 마쳤다.
1위를 꿰찬 막내 안산과 김제덕은 24일 혼성전에 한국 대표로 나서게 됐다. 올림픽 양궁 첫 메달이 두 막내에게 달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 생긴 혼성전에서 우승할 경우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인 '3관왕'의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양궁 대표팀도 금 5개라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안산은 “남자 선수와 호흡을 잘 맞추겠다. 이번 주에만 3차례 경기에 나서게 됐는데 내일 혼성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제덕은 “바람이 자꾸 변하는 상황이라 단발 게임에서는 더 빨리 바람을 읽어야 할 것 같다”면서 “연습을 꾸준히 해온 만큼 자신 있게 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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