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일까? 한국 기후학자가 답했다

알림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일까? 한국 기후학자가 답했다

입력
2021.07.22 13:58
수정
2021.07.22 17:24
20면
0 0

"지구온난화는 사기극이다. 기후학자들은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타내려고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과장해왔다." BBC가 2007년 내놓은 다큐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은 전문가 인터뷰와 강렬한 인포그래픽을 바탕으로 이러한 논지를 전개한다. 방송의 내용 대부분이 날조됐다는 사실이 훗날 드러났지만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저명한 대기과학자가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기후변화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은 거짓일까?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바트 노이어나르-아르바일러 시내를 살펴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해 170여 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가 모든 홍수와 폭염, 태풍, 가뭄의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 간 기후변화 논의 기구인 IPCC는 1950년 이후로 기상 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났고, 이 변화의 일부는 인간 활동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바트 노이어나르-아르바일러=AP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 15일 폭우로 침수된 바트 노이어나르-아르바일러 시내를 살펴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대홍수가 발생해 170여 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가 모든 홍수와 폭염, 태풍, 가뭄의 원인은 아니지만 정부 간 기후변화 논의 기구인 IPCC는 1950년 이후로 기상 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났고, 이 변화의 일부는 인간 활동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한다. 바트 노이어나르-아르바일러=AP 연합뉴스


한반도와 극지방의 기후변화를 연구해온 김백민 부경대 교수는 이달 출판한 저서에서 지구온난화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을 수많은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하고, 과학자 100명 가운데 97명이 여기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과학적 검증이 끝났으니 받아들여라”는 식으로 대중을 윽박지르는 주장이나 “해수면이 6m 이상 오르는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과학적인 선전과는 거리를 둔다. 위기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올바르게 대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르면 인류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의 온도조절장치를 망가뜨렸다는 주장은 과학계의 다수설이다. 지구의 기온은 천체의 움직임부터 화산 활동까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서 비교적 일정한 범위에서 오르내려 왔는데 인류가 이 순환과정을 깨뜨린 것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려 왔고, 그 결과로 배출된 온실기체는 담요처럼 지구를 덮어버렸다. 태양열이 온실기체에 갇혀서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니 기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온실기체의 대표격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에서 올해 2월 416ppm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1도 상승했다. 이전까지 가장 극적으로 기온이 올랐던 시기의 변화(5~6도)가 약 2만 년에 걸쳐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기후변화는 이제까지 지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간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기온이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지음ㆍ블랙피쉬 발행ㆍ344쪽ㆍ1만6,800원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지음ㆍ블랙피쉬 발행ㆍ344쪽ㆍ1만6,800원


다만 김 교수는 ‘문명이 파괴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대중을 겁주는 태도를 경계한다. 공포를 일으킬 뿐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마크 라이너가 쓴 ‘6도의 멸종’은 지구의 온도가 섭씨 5도 상승하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자본시장이 붕괴되며…(중략)… 쓰나미가 발생하고 사람들은 부족한 식량 확보를 위해 도처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라고 묘사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라이너와 같은 전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가 내놓은 시나리오들 가운데 최악의 경우에 기반하지만 해당 시나리오 자체가 비현실적인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다는 이야기다. 지구에 남아 있는 화석연료의 양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세계적 출산율 감소나 점차 둔화되는 석탄 사용량 또한 고려되지 않았다. 의도가 선해도 과장은 과장이다. BBC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반발만 부를 뿐이다. 결국 인류에게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인류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온도는 2100년까지 섭씨 3도는 오를 것이라고도 내다본다. 그 경우에도 무서운 결과가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김민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