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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뚝 끊긴 지원… "그래도 십시일반으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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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뚝 끊긴 지원… "그래도 십시일반으로 공연"

입력
2021.07.23 16: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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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사재 털어 '줄라이 페스티벌' 개최?
연주자들, 개런티 사양… 문화계 성금도 답지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하콘 제공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하콘 제공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더하우스콘서트(하콘)'는 내년 20주년을 맞는 살롱 음악회의 이름이면서, 클래식 기획사의 간판명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57)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박 대표가 하콘을 만든 이유는 클래식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이런 이유에서 하콘 공연은 무대와 객석 구분이 없다. 관객은 바닥에 앉아 연주자가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공연을 감상한다. 2014년부터 서울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집에서 주로 공연이 열리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하콘의 취지에 공감해 무대에 섰다.

하콘이 생생한 음악을 제공하는 궁극적 목적은 따로 있다.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는 "한 시대의 철학이 반영된 클래식 음악은 구조가 내밀해서 듣는 이에게 사유하는 시간을 제공하는데, 단순하고 가벼운 문화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하콘의 기획 공연들을 "문화운동"이라고 했다.

이런 취지로 시작된 공연인 터라 수익성에는 관심이 없다. 십수년째 티켓 가격은 2~3만 원에 머물고 있다. 박 대표는 "남들이 보면 내가 여유가 많아서 취미로 공연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콘은 매년 1억 원씩 적자를 보면서 공연을 올리고 있다. 박 대표가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으로 행사 비용을 대고 있다. 그마저도 부족해 박 대표의 집은 자가에서 전세로, 또 반전세로 변했다.

1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개막한 더하우스콘서트의 '2021 줄라이 페스티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바닥에 앉아 연주자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하콘 제공

1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개막한 더하우스콘서트의 '2021 줄라이 페스티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바닥에 앉아 연주자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하콘 제공

그런 하콘에 지난달 위기가 닥쳤다. 매년 여름 개최해 온 음악제의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한민국공연예술제사업 지원'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것. 하콘은 공익성을 인정받아 2012년부터는 줄곧 지원을 받아 왔다. 지난해에도 9,000여만 원이 나왔던 터라 충격이 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정부의 공연사업 지원 예산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박 대표는 "축제 사업비의 절반가량이 사라져 마음이 무너졌지만, 빚을 내서라도 음악제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1일 예술가의집에서 '줄라이 페스티벌'이 개막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곤궁한 축제였다.

이런 사정이 전해지자 '줄라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연주자 상당수가 개런티(연주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박 대표는 "개런티는 예술가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민망하지만 평소 드렸던 수준의 절반 정도라도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문화계에서 십시일반 성금도 모이고 있다.

박 대표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박 대표는 "20주년이 되는 내년까지만 대표직을 맡고, 그 뒤에는 내 작품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하콘을 물려주겠지만 내 힘이 닿는 한 월급과 사무실은 계속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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