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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별멍'의 끝판왕 은하수를 찍다

입력
2021.07.24 19:00
수정
2021.07.25 19:03
15면
0 0

[서재훈의 형형색색]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오른쪽)'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오른쪽)'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폭염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종일 달궈진 도시에선 한밤중에도 식지 않은 열기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4차 대유행에 열대야까지, 하루하루 힘겹기만 한 도시를 떠나 탁 트인 자연으로 떠나 보았습니다.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 공원에 자리를 잡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총총' 뜬 별들이 부지런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별멍(별을 보며 시간 보내기)'을 즐기다 보니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은하수를 바라보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가운데)'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가운데)'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은하수는 지구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우리 은하의 모습입니다. 다양한 색깔을 띤 점들이 밝은 띠를 이루며 천구(둥글게 보이는 밤하늘)를 가로지르는데, 기다란 아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가 평평한 원반 형태이고, 태양계가 이 원반에 속해 있어 이렇게 보인다고 합니다.

은하수는 별자리로 치면 궁수자리 방향에서 눈에 잘 띄어 북반구보다 남반구가 관찰하기에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선 겨울보다 여름에 더 밝고 두꺼워 보입니다. 별멍은 이 정도로 충분한 것 같으니, 이제 우주가 선사한 '힐링 쇼'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아 볼 차례입니다.

사실, 지난달에도 은하수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강원 철원군에 자리를 잡고 세팅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안개와 습기가 밀려들며 허탕을 친 탓에 더 꼼꼼히 촬영 준비를 마쳤습니다.

보름 전부터 일기예보는 물론, 달의 모양 및 위치 변화까지 확인하며 날짜를 잡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을 벗어날 때만 해도 맑았던 하늘이 경기 광주를 지나면서 시커멓게 변하더니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만큼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지난달 실패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또다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일단 가자'라는 생각으로 4시간여를 달려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은하수 사진을 찍어본 이들에게는 소위 '명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해' 즉, 빛 방해 현상이 거의 없는 곳이죠. 어두운 밤하늘에서 총총 빛나는 별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만 카메라의 노출 기준으로는 상당히 어두운 편에 속합니다. 따라서 주변에 상대적으로 밝은 가로등이나 차량 불빛 등이 많으면 별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주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광원이 없다시피 해야 은하수의 형태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름달을 피해야 하고, 구름이 많은 날도 좋지 않습니다.

이날 힘겹게 도착한 정선의 하늘엔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희미한 장막이 드리워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더군요.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했던가요. 하늘도 제 마음을 알았는지 해가 완전히 기우는 순간 거짓말처럼 하늘의 구름도 같이 걷히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준비가 끝났다면 은하수를 찍을 수 있는 확률은 최소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리나케 장비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DSLR 카메라와 밝은 렌즈, 그리고 카메라를 안전하게 지탱할 트라이포트는 필수입니다. 휴대폰으로도 촬영은 가능하지만, 프로모드나 수동 촬영이 가능한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 은하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앱이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되겠죠.

은하수를 촬영할 땐 적절한 셔터스피드를 찾는 게 관건입니다. 보통 30초를 넘어가면 사진에 별의 이동 궤적이 생기고, 너무 짧으면 밝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적당한 범위 내에서 노출 시간을 정합니다. 이때 초점은 포커스링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수동으로 맞춰야 합니다. 조리개는 최대한 개방, ISO 값은 2,000~3,200 사이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화이트밸런스의 경우 자동보다는 3,700~4,300k 사이로 맞춰야 은하수를 더욱 돋보이게 찍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촬영되는 '인터벌 모드'를 택하면 촬영준비는 끝납니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가운데)'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16일 밤 강원 정선군 타임캡슐공원의 '엽기 소나무(가운데)'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공원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이제 셔터만 누르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줄 겁니다. 그 사이 카메라 옆에 편안히 누운 채로 셔터 소리를 벗 삼아 '은하수 우주쇼'를 감상해 보세요. 종종 반갑지 않은 모기떼가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우주를 '내 것'으로 만드는 새로운 경험은 경이로울 것입니다. 한여름 밤의 선물 은하수를 만끽해 보세요.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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