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김학의 조사 때 이규원과 수시 연락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모종의 역할 의심
이광철 자택·靑 압수수색… 임의제출 받기로
"실체적 진실 규명 위해 사무실 수색 필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 왜곡 및 유출 의혹'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자택을 20일 압수수색했다. 4개월 전 검찰에서 사건을 이첩 받은 뒤 뚜렷한 진척이 없었던 공수처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이날 오전 이 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사정으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21일 다시 압수수색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수처는 이 비서관이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 사건의 주요 관계인 신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이 비서관 사무실 압수수색이 필요한 만큼 관련 자료 확보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사건은 2018~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8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규원 당시 조사단 파견검사는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브로커 윤중천씨 및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수차례 면담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엔 △김학의 수천만 원 뇌물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수사외압 의혹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접대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접대설 △최서원(최순실) 배후설 관련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 대부분이 검찰과 법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이규원 검사 이외의 다른 면담 참석자들이 작성한 초안과 참석자 진술 등을 비교한 결과, 실제 면담 내용과는 다른 내용이 보고서에 담긴 정황도 드러났다. (본보 4월 19일자 1면)
면담보고서 내용은 이후 언론에 유출됐고, 일부는 김 전 차관 재수사의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자 의혹의 당사자로 언급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윤갑근 전 고검장이 이 검사 등을 고소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에 대해 '허위 보고서 작성 및 유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공수처법상 검사 사건 의무이첩 규정에 따라 지난 3월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이규원 검사는 현재 보고서 내용을 왜곡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광철 비서관은 이 검사의 혐의와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과거사 사건 전반을 담당했고, 이 검사와 절친했으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문제가 된 윤중천씨 면담 전후로도 두 사람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공수처로 사건을 넘긴 검찰은 의무이첩 대상이 아닌 이규원 검사의 명예훼손 혐의와 이 비서관과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의 비협조 등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역시 이규원 검사를 세 차례나 불러 조사했지만 수사에 큰 진척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윤중천씨 면담 때 배석했던 검찰수사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날 이 비서관을 상대로도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수사의 실마리가 될 결정적 단서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중천·박관천 면담보고서 사건은 앞서 검찰이 재판에 넘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윤중천씨 면담보고서 내용 중 '김학의 수천만원 뇌물설' 부분이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의 주된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비서관과 이규원 검사 등이 공모해 처음부터 김 전 차관 재수사를 몰아간 것 아니냐고 의심해 왔다.
이광철 비서관은 이달 1일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되면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직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이 비서관은 당시 "법률적 판단에서든 상식적 판단에서든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검찰의 기소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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