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올림픽 승마 국가대표 김동선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과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고 있다. YTN 캡처
일본 도쿄 나리타 국제공항에 내린 본진 선수단이 입국절차를 밟기 시작한 19일 오후 2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선수단 전체가 줄지어 대기장으로 이동하던 중 한 명의 선수만 다른 동선으로 이동했다. 이 선수의 돌출행동에 일부 대표팀 선수와 스태프의 시선이 쏠렸고, 사라진 선수는 결국 선수단이 줄지어 앉은 코로나19 검사 대기장소를 거치지 않고 일본 입국 및 방역 절차를 밟았다.
각 종목별 감독 및 선수들은 1시간 가까이 검사 대기장소에 머무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음성을 확인받고 오후 4시쯤 공항을 빠져나갔다. 참관인 자격으로 도쿄에 온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 출신 이용 국민의힘 의원까지도 선수들과 같은 절차를 밟고 공항을 나섰다. 이용 의원은 이날 본보에 "내가 도쿄에 온 건 편하자고 온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코로나19에 대처하는지, 방역시스템은 안전한지 등을 확인하려면 선수들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보다 빠르게, 속전속결로 일본 입국 절차를 밟은 선수는 바로 승마 종목 유일의 한국 대표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마장마술 김동선(32)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로, 4년 전 폭행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유명해진 그는 이날 같은 비행기를 탄 반기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윤리위원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비슷한 특권을 누리며 올림픽 일정을 시작했다.
현지 대한항공 관계자는 김동선이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건 "퍼스트 클래스(실제로는 '프레스티지')에 탑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도쿄로 향한 선수단 본진은 이기흥 회장과 장인화 선수단장을 포함한 본부 인원 28명을 비롯해 양궁 대표팀 11명, 자전거 2명, 펜싱 8명, 체조 10명, 탁구 9명, 승마 1명(김동선)까지 총 69명으로 구성됐는데, 선수 가운데 프레스티지에 앉아 온 선수는 김동선뿐이다.
김 선수의 행동이 선수단 지침을 위배한 건 아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 전원에게 동일한 항공권(일반석)을 제공한다"며 "각 협회와 선수가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추가요금을 지불해 등급이 높은 티켓을 구매할 수는 있다"고 했다. 종목별로 출입국 일정도 다른 데다, 김동선이 진천선수촌에서 동고동락한 것도 아닌 까닭에 선수단도 그의 돌출행동을 그리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이러한 입국 과정이 5년 전 폭행 사건에 대한 별다른 사과 없이 태극마크를 단 그가 특권의식을 놓지 못한 행동으로 풀이돼 아쉬움을 남긴다. 그의 올림픽 출전 강행을 비판해온 체육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본인 스스로의 사과와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의 국가대표 선발에 관여한 대한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