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 "차라리 정부가 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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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 갈등... "차라리 정부가 결정하라"

입력
2021.07.15 04:30
수정
2021.07.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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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 앞에서 회의를 박차고 나온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종= 뉴스1

"보름 동안 네 번 회의를 하고 최저임금이 결정된 셈이다. 일반 회사의 임금협상도 이보다는 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14일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여했던 한 위원의 토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가 가동된 것은 지난 4월 20일. 이후 두 달 동안은 '샅바 싸움'만 이어졌다. 지난달 말에 열린 6차 전원회의에 가서야 노사 양측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제시안을 공개했다. 이후 세 번 회의를 한 뒤 12일 최종 표결이 이뤄졌다.

노사 양측은 최종 제시안인 시급 1만 원과 8,850원 사이에서 최종 표결 때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최종 표결 대상도 공익위원이 내놓은 방안(9,160원)이었다.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은 공익위원 안에 대해서도 표결에 앞서 퇴장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나타냈고, 최종 표결 뒤엔 불복과 장외투쟁, 이의신청을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은 사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1988년 최저임금위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합의가 이뤄진 건 일곱 번뿐이다. 나머지는 늘 '샅바 싸움 → 노사 갈등 → 공익위원 안 표결 → 양쪽 불복 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어차피 공익위원 안대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요식행위로 전락한 협상"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의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정체계 이원화" vs "공익위원 중립화"

지난 2018년 이 문제가 한 번 심각하게 논의된 적이 있다. 하나는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한 뒤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결정토록 하는 '이원화' 방안이다. 구간설정위가 객관적으로 산출해낸 기준이 있어야 소모적 논쟁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방안은 정부도 추진을 검토했고 경영계도 현실적이라 환영했으나,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노동계의 반대에 막혔다.

노동계가 원하는 것은 공익위원의 중립화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노사 양측 각 9명,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명단을 제출한 뒤 노사 양측이 부적절한 인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객관적인 인사들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9명을 국회 추천으로 돌리자는 의견도 있다.

"차라리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자"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정부나 국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위를 대통령 산하 임금정책위로 개편, 최저임금을 직접 결정토록 하거나 국회가 최저임금을 법률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은 국회가 법률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프랑스는 노동장관이 '단체협상 국가위원회' 의견을 들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아예 반대로 이탈리아는 민간 협상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을 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방식은 정부 결정도 아니고, 민간 자율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방식이다.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공익위원들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도, 정부가 그 결정 책임은 합의기구에 떠넘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최저임금은 실업급여부터 백신 부작용 보상금까지 16개 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선출된 권력이 책임감을 가지고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개편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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