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출간 맞춰 방한
"혼란의 코로나 시대 이기는 것은 삶의 견고함"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창의적으로 해법 찾아야"
"6년 전 첫 에세이가 시각장애인이자 이민자, 즉 비주류 이방인으로 살면서 느낀 점을 통해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책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고 혼란스러운 모든 사람들 마음을 두드리고 싶었어요."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가(CFA)로, 27년간 미국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해 온 신순규(54)씨가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일상의 소중함을 전한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2015)'에 이은 두 번째 에세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상황으로 계획했던 기자간담회 대신 화상통화로 14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삶의 변화가 크고 희망이 희미한 이 시기에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말들로 혼란이 커지는 게 안타깝다"며 "그런 말의 무게를 낮추고 나만의 세계를 지킬 유용한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의료 분야 채권 애널리스트인 신씨는 "주식 분석이 운동선수에 비유하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라면 회사채 분석은 견고함(durability)이 주된 평가 기준"이라며 "견고한 기업이 외부 충격에도 견디듯 삶도 팬데믹처럼 상상 못 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견뎌 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으로 오랫동안 타국에서 살아온 신씨의 삶은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위기와 좌절, 극적인 변화의 연속이었다.
그는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9세 때 시력을 완전히 잃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아들을 안마사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워 15세에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음악이 아닌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JP모건에서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장애의 한계를 넘어 치열한 월가 금융계에서 애널리스트로 장수해 온 신씨는 세상이 공평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창의적으로 생각해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 첫 책을 읽으며 불치병을 이겨냈다는 한 청년이 있었는데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싶었지만 일면식도 없었던 인사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들려 줬습니다. 청년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면서 매일 SNS로 메시지를 남겨 관심을 끌었고 결국 인연을 맺고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있어서는 안 될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나지만 청년들이 부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밝은 앞날을 꿈꾸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신씨가 젊은 층의 '코인 투자 광풍'을 걱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객관적 자산 가치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코인 투자는 도박"이라며 "힘드니까 단기적 이윤에 매달리는데 여기에 자신의 삶의 희망과 의미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는 미국 상황과 비교해 연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2차까지 모두 접종한 신씨는 "미국도 2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백신이 부족해 걱정이 많았지만 4월 초에 쉽게 접종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백신 제공이 곧 원활해지고 지금 같은 상황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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