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가 아닌,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로 동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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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가 아닌,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로 동거 중입니다"

입력
2021.07.14 08:30
수정
2021.07.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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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오빠에게 성폭행당한 19세 여학생 국민 청원글
초등학생 때부터 수년간 인면수심 오빠에 시달려
"부모님은 오빠 편에서, 저는 혼자 재판 준비 중"

게티이미지뱅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친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한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19세 여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썼다. 이 학생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오빠와 달리 자신은 혼자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외로운 싸움을 진행 중인 상황도 전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성폭행 피해자인 제가 가해자와 동거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전 8시 15분 현재 3만4,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원인은 자신이 현재 집에 있을 수 없는 상황임을 전하며 "친오빠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그 성추행은 점점 대담해져서 성폭행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부모님은 남매가 어릴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고 남매는 친하게 지냈다. 오빠가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집이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부득이하게 오빠와 한방에서 지내게 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고 했다.

청원인은 "공사가 시작돼 한방에서 오빠와 같이 잠을 자는데 오빠는 뒤에서 저를 감싸 안았다"며 "그러다 오빠의 손이 제 가슴 위로 올라와 '오빠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실수였겠지', '내가 여기서 뿌리치거나 화를 내면 오빠랑 어색해지려나' 등 여러 생각을 하고 계속 자는 척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그로부터 수년 동안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빠는 피임도구를 쓰지 않았으며, 피하는 저를 계속 따라다녔다"며 "부모님은 방 문을 잠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 문 손잡이가 없는 상태였다"고도 회상했다.

청원인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작년 여름에 신고해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청원글을 쓰는 이유는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상황에서도 오빠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청원인은 2월에도 오빠로부터 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며 "저는 화를 냈지만 오히려 부모님은 저를 꾸짖으셨다"며 "(청원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자) '주 양육자'이신 아빠가 제 뺨을 두 차례 내리치셨다"고 전했다.

당시 청원인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입원했고 오빠는 접근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부모님은 현재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사설 변호사를 여럿 선임해 재판을 준비 중"이라며 "저는 국선 변호사 한 분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더 이상 남매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살가움을 요구하는 부모님 밑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라며 "이 사건이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처참하게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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