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특히 펜싱 메달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 실제로 펜싱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가 유독 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그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메달 기대주로 남현희(은퇴)가 유일하게 꼽혔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무려 6개의 메달(금2 은1 동3)를 목에 걸며 ‘반전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줬다.
"올림픽 펜싱에 참가하는 선수 누구라도 메달을 획득할 수 있고, 어떤 강자라도 조기에 탈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누구의 예측도 불허하기에 더욱 재미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먼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출전한다. ‘38세 노장’ 김정환(남자 사브르)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고, 2016 리우에서도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한 베테랑이다. ‘미녀 검객’ 김지연(여자 사브르) 역시 2012 런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이다. 맏언니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구본길(남자 사브르)도 2012 런던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었다. 경험이 풍부하고 센스가 돋보이는 선수다. 2016 리우에서 ‘할 수 있다’는 되뇜으로 유명한 박상영(남자 에페)도 도쿄에서 다시 출격한다. 필자는 그를 ‘항상 노력하는 선수’로 기억한다. 2012 단체전 은메달 최인정(여자 에페)도 지난 5월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기세가 한껏 오른 상태다. 2012 단체전 동메달 전희숙(여자 플뢰레)은 잦은 부상을 딛고 노장 투혼을 불사르겠다는 각오다.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도 있다. ‘꽃미남 검객’ 오상욱(남자 사브르)은 현재 세계 랭킹 1위로 이번 도쿄올림픽 금메달 0순위다.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실력도 출중해 대스타의 탄생이 기대된다. ‘파워풀 여검객’ 강영미(여자 에페) 역시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최인정과 함께 여자 에페를 잘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이광현(남자 플뢰레) 송세라 이혜인(이상 여자 에페) 그리고 권영준(남자 에페)와 윤지수(여자 사브르)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대표팀의 연령대가 20대 중반~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젊은 선수가 패기와 과감함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면 베테랑은 위기 때마다 경기 속도를 조율하는 모양새로, 팀 밸런스 면에서 이상적이다. 아울러 향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까지 기대된다.
한국펜싱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낸 것은 1980년대지만, 올림픽 메달은 10여 년이 지난 2000년 시드니(이상기 동, 김영호 금)에서야 처음 나왔다. 이후 2008 베이징부터 2012 런던, 2016 리우까지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쉽지 않은 여정을 떠나려는 후배들에게 그들의 오랜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다. 기본 기술과 심리 상태, 경기 운영, 그리고 준비 과정부터 피스트(펜싱 경기대)에 오르기까지 동작 하나하나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가슴 속에 차고 넘치는 말들을 굳이 꺼내지 않으려 한다. 후배들과 코치진이 이미 더 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신들은 ‘올림픽’이라는 엄청난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그간 수많은 피와 땀을 피스트 위에서 흘렸지 않았나. 이제는 그동안의 노력과 자신의 기량을 믿어야 할 시간이다. 보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시원한 승전보를 전함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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